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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7개인 자화상 -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

2012. 9. 7.

 

 

 

손가락이 7개인 자화상


Self-Portrait with Seven Digits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관련 링크

MoMA       http://bit.ly/TuhUaW

위키백과    http://bit.ly/TufuZO

wikipedia   http://bit.ly/TufxoC

 

 

예술가는 손가락이 일곱개여야 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다섯손가락으로는 부족하다. 
이것이 평범한 사람들과 예술가의 차이이다. 
예술가는 고독한 사람이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나, 자기만족만으로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 평가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 예술가라도 누군가의 평가에 의하지 않고는 아무도 예술가라 불려지지 않는다. 그러나, 평가가 제 때 찾아오는 운좋은 예술가는 그리 흔치 않다. 생전에 인정받을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전폭적인 지지란 지레 포기해야 되는 덕목이다. 호평과 악평은 언제나 공존한다. 악평이 적다고 없는 것은 아니니까… 
평범한 사람보다 넘치는 두 개의 손가락은 그래서 필요하다. 
내가 화가라고 치자. 
평범한 다섯손가락으로는 전력을 다해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리고 싶은 사물, 표현하고 싶은 생각, 그리고 사물과 사고가 어울어져 그림 자체에서 파생되는 의미들을 창조해야 한다. 사실 다섯손가락만으로는 모자라는 작업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벽한 신의 창조물인 인간이 가진 게 다섯개 뿐이므로 우린 그 뜻에 따라야 한다. 신에 대한 평가는 우리 몫이 아니다. 
그럼, 나머지 두 손가락은 무엇에 쓰이는가?
하나는 예술가를 평가하는 이들과 삿대질을 하며 싸워야 할 때 이용된다.
이는 예술가로 등극하지 못할 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비평에 좌우되어 자신을 잃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물론, 삿대질을 하기 전에 자신을 찾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비평에 연연해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하고 싶은 것에서 너무 멀리 와버려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을 보게 된다. 
나머지 하나는 스스로를 찔러대야 한다. 
난 무엇을 그리는가? 항상 눈을 찔러대야 한다. 
그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가? 항상 머리를 찔러대야 한다. 
나 스스로는 무엇을 느끼고자 하는가? 항상 심장을 찔러대야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가혹하리만큼 냉철하게 평해대는 이는 그 누구도 아닌 예술가 자신이다. 
그건 분명 고통이다. 
예술은 고통을 동반할 때 위대할 수 있다. 


여기까지 말을 마치고 나는 첫강의에 스스로 도취되어 한동안 말을 잃었다.
뿌듯함이 묻어나는 여백 같은 한순간이 지나가자 학생들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의 표정에서 감동 비슷한 것을 읽어내자 나는 자애롭게 덧붙였다.
"질문있습니까?"
한 학생이 손을 들었고, 허락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자 학생은 질문을 했다.
"저 그림의 다른 한 손은 손가락이 다섯개네요?"
난 다시 그림을 보았다. 난 미술 전공이 아니다. 그림보다는 제목을 보고 강의의 주제를 정한 것이라 그림 그 자체의 분석은 되어 있지 않았다. 난감했다.
"비평도 하나의 예술입니다. 여러분 개개인이 예술을 보는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학생은 어떻게 보고 있죠?"
겨우 위기를 모면한 안도감을 지닌 채 학생에게 질문을 되돌려 주었다.
학생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한마디 했다.
"제 눈에는 짝짝이로 보이는 걸요."
강의실은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고, 짧은 감동은 웃음바다에 휩쓸려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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