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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와바 쉼보르스카3

유토피아 Utopia 유토피아 Utopia 모든 것이 명백하게 설명되어 있는 섬. 이곳에서는 탄탄한 증거의 토대를 딛고 서 있을 수 있다. 모든 길은 목적지를 향해 뻗어 있다. 덤불은 정답의 무게에 짓눌려 있다. 아득한 옛날부터 이곳에는 엉키지 않고 곧게 나뭇가지를 뻗은 '논리적인 가설의 숲’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다. 우물가에는 눈부시게 곧은 '이해의 나무'가 "옳아! 이제 알겠어!"를 연방 외치는 중. 숲속으로 멀리 들어갈수록 '명백한 타당성의 계곡이 더욱 넓게 펼쳐져 있다. 일말의 의구심이라도 싹트기 시작하면 바람이 불어와 사방으로 흩어놓는다. 메아리는 부르는 사람 없어도 저절로 응답하면서 세상의 비밀에 대해 기꺼이 속삭인다. 오른쪽에는 '의미'가 보관된 동굴. 왼쪽에는 '깊은 신념'의 호수. 바닥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온.. 2023. 3. 2.
가장 이상한 세 단어 Trzy stowa najdziwniejsze 가장 이상한 세 단어 Trzy stowa najdziwniejsze 내가 "미래"라는 낱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그 단어의 첫째 음절은 이미 과거를 향해 출발한다. 내가 "고요"라는 단어를 발음하는 순간, 나는 이미 정적을 깨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이미 무언가를 창조하게 된다. 결코 무(無)에 귀속될 수 없는 실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 미래 고요한 어느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과거가 된 정적을 깨고 무언가 창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참, 이상하군.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중에서 2023. 3. 2.
새벽 네 시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중에서 새벽 네 시 Czwarta nadranem 밤에서 낮으로 가는 시간. 옆에서 옆으로 도는 시간. 삼십대를 위한 시간. 수탉의 울음소리를 신호로 가지런히 정돈된 시간. 대지가 우리를 거부하는 시간. 꺼져가는 별들에서 바람이 휘몰아치는 시간. 그리고-우리-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 시간. 공허한 시간. 귀머거리의 텅 빈 시간. 다른 모든 시간의 바닥. 새벽 네 시에 기분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만약 네 시가 개미들에게 유쾌한 시간이라면 그들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자. 자, 다섯 시여 어서 오라. 만일 그때까지 우리가 죽지 않고, 여전히 살아 있다면. ------ 삼십대를 위한 시간이라고 노래한 새벽 네 시. 오십대는 새벽 네 시를 넘기며 불면에 들 때가 있다. 공허한 시간. .. 2023.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