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각풍경45

오늘 하루 시처럼 살 수 있기를... 시로 납치하다 | 류시화 중에서 사랑과 쓰라린 열정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기꺼이 살아가고 있는지. - 자화상 | 데이비드 화이트 어떻게 하면 심장이 상실의 축제와 화해할 수 있을까. - 층들 | 스탠리 쿠니츠 너 자신을 사랑하라. 그런 다음 그것을 잊으라. 그런 다음 세상을 사랑하라. - 메리 올리버 인생은 물음을 던지는 만큼만 살아지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시인이 될 수 없다면 시처럼 살라.’고. ------ 기도합니다. 상실의 축제와 화해하며 하루하루 기.꺼.이. 살아가기를. 자신을 사랑하는 힘으로 세.상.을. 사랑할 수 있기를. 그리고 오늘 하루 시.처.럼. 살 수 있기를. 2023. 1. 8.
홍차는 떠올리기 위해서, 술은 잊기 위해서 원더풀 라이프 | 고레다 히로카즈 중에서 처음에 사람들은 긴 인생 중에서 단 하나의 추억을 고르는 일을 사흘에 끝낸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 사람은 늘 현재나 미래를 생각하면서 사는 건 아니다. 특히 아이나 손자를 다 키운 여성이나 은퇴하여 연금 생활을 시작한 남성은 이제 여생을 보내면서 “그때가 좋았다”, “그때는 힘들었다” 하며 인생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살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현재를 사는 건 아니다. 살아가면서 “추억”이라는 과거를 살기 시작한 것이다. 즉 그런 사람들은 사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이미 선택 작업을 끝낸 것이다. 여기 와서 “나름대로”라든가 “그럭저럭”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꼭 고르지 못한다니까. 모두가 이야기하는 추억은 어딘지 모르게 그 사람답구나. 난.. 2023. 1. 8.
용서 태고의 시간들 / 올가 토카르추크 중에서 “꿈을 꾸었어요. 달이 내 방 창문을 두드리더니 말했죠. […] 그녀에게 가서 날 용서해달라고 이야기해주렴. 나도 이제 늙어서 심신이 많이 허약해졌다고. […] ‘무엇 때문에 그녀가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거죠? 인간의 용서가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러자 달이 대답했죠. ‘인간들의 고통이 내 얼굴에 검은 주름을 새기거든. 이러다 언젠가는 인간의 아픔 때문에 사그라들고 말 거야.’ 달이 그렇게 말했어요.” “달은 태양의 가면일 뿐이에요. 밤에 세상을 지켜보기 위해 가면을 쓰는 거죠. 달은 기억이 짧아서 한 달 전에 벌어진 일을 기억하지 못한답니다. 모든 게 뒤죽박죽되거든요. 그만 달을 용서해주세요, 플로렌틴카!” ----- 달은 용서를 구한다. 인간의 고통도.. 2023. 1. 8.
그 중 하나 정도는 ...... 작별인사 / 김영하 중에서 가슴속에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있는데 그게 뭔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슬픔일까, 아니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내 감정은 마치 상점의 쇼윈도 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볼 수는 있지만 손으로 만질 수는 없는. “혹시 물을 못 먹어서 죽은 걸까요?” 늘 발코니에 물을 놔두었는데 지난주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물그릇을 집안으로 들였다가 다시 내놓는 것을 잊어버렸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네 잘못 아니야.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단다.” ----- 가끔은 내 감정도 쇼윈도 안의 진열품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여주기 위한 감정일까? 나조차도 만질 수 없는데…… 죽음에는 수천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 정도는 내 탓 같은데, 정말 내 잘못이 아닐까?.. 2023. 1. 8.
내 것이 아닌 모든 삶의 무게에 뼈가 뒤틀리는 소리를, 기억해야 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 조너선 사프란 포어 중에서 한때 나는 무신론자였다. 즉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았다는 뜻이다. - 중략 - 그렇다고 지금은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도 역시 믿지 않는다. 단지 만사가 엄청나게 복잡하다는 것은 믿는다. 때때로 내 것이 아닌 모든 삶의 무게에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리곤 해. 되돌아올 수 없는 곳까지 가기 전에 방향을 바꾸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었다. 잃고 싶지 않았으나 잃어버린 삶을 기억해 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기억해야 해. ----- 이태원 참사에 대한 외신 기자의 말. 한국은 참사가 발생하면 책임질 이 하나 벌주고 빨리 잊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상처 입은 이들은 트라우마를 치유해야 하지만, 사회는 트라우마를 가져.. 2023. 1. 8.
채식주의자 마거릿 애트우드 중에서 “네가 죽일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먹지 마라.” “네가 먹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어떤 것도 죽이지 마라.” “씹할 채식주의자들 — ‘모든 신들은 육식성이다.’ — 로라 체이스.” 한강 중에서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나는 아내의 움켜쥔 오른손을 펼쳤다. 아내의 손아귀에 목이 눌려 있던 새 한마리가 벤치로 떨어졌다. 깃털이 군데군데 떨어져나간 작은 동박새였다. 포식자에 뜯긴 듯한 거친 이빨자국 아래로, 붉은 혈흔이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 ---.. 2022. 6. 3.
이율배반 빅토르 위고 중에서 기묘하게도 사람들은 ‘자유’라는 미래와 나뽈레옹이라는 과거를 함께 흠모했다. 패배가 패자를 위대하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쓰러진 보나빠르뜨는 서 있는 나뽈레옹보다 더 커 보였다. 마거릿 애트우드 중에서 전쟁은 단추 사업에 유익하다. 전쟁 중에는 수많은 단추가 없어지고 또 떨어진 단추를 대신할 새로운 단추가 필요한 것이다. […] 재정적 관점에서 본다면 전쟁은 기적적인 불과도 같았다, 거대한, 연금술적 불. 거기에서 솟아나는 연기는 돈으로 변모했다. 적어도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하지만 이런 사실은 예전, 보다 자족적인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더 이상 그의 마음을 즐겁게 하지도 못했고, 정직함에 대한 자부심을 받쳐 주지도 못했다. ------ 자유를 사랑하지만, 무너진 독재자를 흠모한다... 2022. 6. 3.
역사의 아이러니 빅토르 위고 중에서 이 집 하나에서 3천의 병사가 칼에 베이고 학살되고 총살되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에 대해 오늘날 한 농부는 나그네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리 3프랑만 주십시오. 그러면 워털루 이야기를 해드립죠!” 마거릿 애트우드 중에서 이 상품들이 도시에서 온 관광객들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역사의 한 파편이라고 마이라는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한 역사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이 아니었고, 특히 이렇게 깔끔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진짜는 결코 팔리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악취도 풍기지 않는 그런 과거를 선호한다. ------ 조지아 고리는 스탈린이 태어난 곳으로, 스탈린 박물관이 있다. 소련이 무너지면서 연방국 곳곳에서 스탈린 동상을 철거했다. 스탈린 박물관은 스탈린.. 2022. 6. 3.
누가 우리를 대변하는가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은 1971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사이공이 함락된 1975년 해상 난민이 되어 미국으로 이주했다. 2016년 첫 장편 『동조자』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오늘날 전쟁들이 내전 일방에 대한 미국의 전투 장비 지원으로 시작해서, 미국이 부추긴 전쟁을 피해 도망친 겁에 질린 난민들의 도착으로 끝이 난다”고 말한다. 우리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똑같은 양상을 보았다. 나는 스파이, 고정간첩, CIA 비밀 요원, 두 얼굴의 남자입니다. 아마 그리 놀랄 일도 아니겠지만, 두 마음의 남자이기도 합니다. […] 나는 그저 모든 문제를 양면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소설은 베트콩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나’의 자술서이다. 그는 북베트남에서 남베트남에 심은 고정.. 2022. 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