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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작성일 : 2016. 01. 29. 서양 많은 나라에서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의 성(姓)을 따른다. 한국은 여성이 결혼해도 자신의 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근거로 한국 남자들이 이렇게 여성을 존중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의 여성이 결혼을 유지해도 성을 유지한다. “김가”가 “이가”와 결혼한다고 “이가”가 되진 않는다. 이는 남편의 부계(夫系)가 아닌, 아버지의 부계(父系)를 따르는 관습일 뿐이다. 그러므로 여성을 존중한다는 논리의 근거로는 적절하지 않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다른 논리로 반박하든지 논리의 빈약함을 인정하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돌아온 이야기는, “그게 뭐가 중요해!”였다. 이 한마디로 어설픈 페미니스트가 되어버린 듯한 이 뻘쭘한 기분. 이건 뭐지? 단지 논거의 빈약함을 지적.. 2020. 9. 20.
지혜로운 어른 작성일 : 2016. 01. 28. “그러니까 우리가 저 아일 데리고 있을 이유는 없다는 거지.” “맞아요. 저 애가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우리가 저 애한테 도움이 될 수는 있지.” 빨간 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의 매슈 아저씨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의 인물이다. 내색하진 않지만,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말을 해준다. "너, 내가 너를 그런 식으로 버릴 거라고 생각하니?" "그렇지 않나요? 공평한 게 제일이니까요. 내가 아무 쓸모도 없다면 사부님은 다른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난 이미 계획을 짜두었다. 수백 가지, 수천 가지를 짜두었지. 내 계획은 소매 속에도 들어 있고 양말 속에도 들어 있다. 내 온몸이 계획들로 들끓고 있어. 그리고 나는 그.. 2020. 9. 20.
아파트 작성일 : 2016. 01. 27. 회색 아파트 시멘트 벽 소통이나 단절인 앙다문 창문 검은 날 잿빛 눈물 푸른 날 날 선 스트레스 검은 밤 차디찬 정적 하얀 밤 불타는 욕망 인간적이라고 불리지 않는 인간적인 것. 2020. 9. 20.
천사와 날개 작성일 : 2016. 01. 26.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날개가 달려있겠지. 푸른 하늘 위로 새처럼 날은다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모두가 천사라면 | 전영 요즘 세대는 모르는 노래일 수도 있겠다. 천사를 이야기하려니 문득 이 노래가 생각난다. 천사라고 하면 천사의 날개는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전국에 산재한 벽화마을에는 날개만 덩그러니 있는 이와 같은 그림이 꼭 있다. 사람들은 빈 곳을 채워 천사인 양 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선다. "그래, 자네는 천사일세." "저는 천사의 모습을 상상할 때면 늘 머리 위로 후광이 내비치고 등에 작은 날개가 달린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완전히 허구적인 그런 이미지는 고대 사회에서 비롯된 것일세. 후광은 로마인들이 기독교 성인의 조각상을 새똥으로부터 보호하.. 2020. 9. 20.
다음 차례 2020. 9. 19.
그림 속의 그녀 E. M. 포스터의 은 1909년, 앨리스 먼로의 는 1978년 출간되었다. “네가 가난해서 나는 좋아. 너무 사랑스러워. 거지 소녀 같잖아.” “누구?” “코페투아왕과 거지 소녀. 알잖아. 그림 말이야. 그 그림 몰라?” 거지 소녀 | 앨리스 먼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간직한 내밀함의 미덕을 감지했다. 그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작품의 여인 같았다. 우리가 그 여인을 사랑하는 것은 그녀 자신보다 오히려 그녀가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는 것들 때문이다. 그녀가 말해 주지 않는 그것들은 분명히 이 세상의 것은 아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어떤 여인에게도 〈사연〉 같은 통속적인 것이 있을 리 없었다. 그녀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여인으로 성숙해 갔다. 전망 좋은 방 | E. M. 포스터 로즈의 .. 2020. 9. 18.
휴머노이드, Humanoid 작성일 : 2016. 01. 25. 일본만화 에는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humanoid)에 대한 글이 나온다. 인간형 로봇 연구가 성황이지만 인간형 로봇이 실용화하기는 쉽지 않다. 기계형 청소기는 고장이 나면 버리면 그만이지만, 인간형 청소기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어 사람은 그 기계 너머의 인간을 보게 된다. 인간형 청소기를 버릴 때는 죄책감이나 애완동물이 죽을 때와 같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청소기는 청소를 잘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인간모양새를 갖출 필요는 없다. 최근 뉴스에서 인간형 로봇이 어린이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할 뿐만 아니라 인간과의 상호작용, 즉 감정적인 교류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겠지만, 이 추세라면 언젠가는 인간을 대신할 수도 있다. 내.. 2020. 9. 18.
견해 차이 작성일 : 2016. 01. 24. 사랑에 대한 견해 차이. 그는 내가 일생을 두고 그날 오후를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비록 그의 얼굴, 그의 이름까지 잊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 오후만은 기억하게 되리라고 말한다. 나는 내가 그 집에 대해서도 기억하게 될 것 같으냐고 묻는다. 그가 나에게 말한다. “잘 봐.” 나는 그 집을 바라본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집이라고 그에게 말한다. 그래 맞아. 언제나 볼 수 있는 거지 하고 그가 말한다.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집이므로 별 의미가 없다는 여자. 언제나 볼 수 있으므로 특별한 의미로 기억되길 바라는 남자. 나는 그가 도착하기 직전에 시계를 풀어놓고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동안에는 차지 않았다. 반면에 그는 언제나 시계를 차.. 2020. 9. 18.
언제? 어쩌면? 작성일 : 2016. 01. 23. “언제 밥 한번 먹어요.” 인사치레로 하는 말이다. 제안한 사람도 언제인 줄 모르고 제안받은 사람도 언제를 기대하지 않는다. 정말 밥 한번 먹고 싶다면 그날 바로 약속을 잡으면 된다. “어쩌면 다른 날 커피는 한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꼭 그렇게 해요.” “난 ‘어쩌면’이라고 했어요.” “난 그 말이 좋아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일요일의 카페 | 프란세스크 미랄레스, 카레 산토스 “어쩌면”을 “어떤 일든 일어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인생관을 가진 사람이다. 현실에서 이렇게 긍정적이며 희망적인 사람을 만난다면? 인사치레의 “언제 밥 한번”이라는 제안에, “수요일 어때요? 내가 잘 아는 밥집이 있는데, 괜찮지요.. 2020. 9.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