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틈새2 푸르른 틈새 | 권여선 나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바라는 것이 분명히 뒤에 있다고 인간에게 확고한 보증을 주고, 그 대신에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는 약속을 받아냈던 신들, 그들의 의도는 바로 이런 것이었을까? 뒤에 의연히 버티고 앉아 자리를 지키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사람들은 애초에 제대로 앉아 있지도 않았던 듯 재빨리 우르르 흩어져버렸다. 2013. 10. 19. 푸르른 틈새 | 권여선 한동안 너를 생각할 것이다. 한동안 너를 잊어갈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한동안, 세월이 흘러, 마침내 정말로 너와 헤어졌구나 하는 실감이 드는 날이 오면 매우 서러울 것이다.당시에 내가 품고 있던 사랑에 대한 결론은 단호한 것으로, 존재를 걸고 사랑을 요구할 수 없다면 존재를 걸고 잊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2013. 4.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