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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입춘과 졸업

2020. 10. 9.

작성일 : 2020. 02. 04.

 

어제의 찬 겨울이 조금 풀리자 오늘이 입춘이란다.

입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마음은 이미 봄이다.

내일 다시 강추위로 봄이 저만치 가버릴지라도 이미 봄은 마음속 이만치 와있을 테니까.

 

2월의 입춘. 조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졸업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해방감에 젖어 있는 아이에게 무슨 감흥이 있으랴.

도착점과 출발점이 맞닿아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될 테니 잠시 내버려두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에 가는 건, 대학이 중요하다고들 생각하는 이 시대에 신분상승을 위해선 다들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엔 솜씨 좋은 정원사와 제빵사, 골동품상, 조각가, 작가들이 사라지고 있는 거라고.

포르토벨로의 마녀 | 파울로 코엘료

 

어느 세대나 자신의 입시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다음 세대의 입시가 지옥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 세대가 시작해야 한다.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준비! 시작!” 구령에 맞춰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

이건 불가능하다.

 

아이가 솜씨 좋은 정원사와 제빵사, 골동품상, 조각가, 작가가 되겠다고 할 때,

부모의 마음 한 편에 “그걸 해서 먹고 살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잠재하는 한,

누구나 대학에 가야 하는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입시지옥에서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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