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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평범과 광기

2020. 9. 20.

작성일 : 2016. 01. 30.

 

 

혼란의 시대에 모든 비이성적인 행동을 광기로 해석하고자 한다.

가장 편리한 해석이다. 미친놈 하나만 욕하면 되니까.

 

"저도 제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대위님의 광기에 전염되었던 것 같습니다."

"광기는 없었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한 결정이었다고."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하지만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의 판토하 대위는 말한다.

“광기는 없었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한 결정이었다고.”

 

난 특별봉사대를 상부의 지시에 따라 조직한 거야. 사업에는 관심 없어. 게다가 나는 윗사람이 필요해.

그들이 없으면 난 뭘 해야 할지 몰라. 그렇게 되면 난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아.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혼란의 시대에는 시키는 일을 잘하는 성실한 사람이 가장 악해질 수 있다.

무서운 일이다. 평화의 시대였다면 중산층을 이루는 평범한 부류일 수도 있었는데.

 

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장면.

부녀자나 아이들에게 총을 쏘라는 명령에 따르지 못하고 주저하는 병사.

가차 없이 권총을 꺼내 명령 불복종의 병사를 쏴버리는 상관.

이름없는 병사의 죽음은 영화의 짧은 부분을 차지한다.

주인공도 아니고 이야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이름없는 이들이 이렇게 사라졌을까?

현실에서는 불의를 행하길 주저하다 사라진 사람보다

강요받은 불의를 어쩔 수 없이 행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양쪽 모두 대단한 신념이나 대단한 광기를 지닌 이들이 아니다.

 

광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그 속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다. 그래서 언제나 평화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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