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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

2012. 10. 3.

 

 

 

스타, The Star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1834-1917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T0M6H3

Works of Art       http://bit.ly/Vtr08L

Wikipedia           http://bit.ly/T0M2He

 

 

 

스타를 만드는 사람은 조련사가 아니라 조각가이다.
스타는 조련사가 던져주는 미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빚어진 다음에는 조각가의 손을 떠나서 독립적인 예술품이 되어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 또 하나 작품을 완성했다.

나는 발레를 한 적도 없으며 할 줄도 모른다. 다만, 발레를 사랑할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도 다 사랑 때문이다. 나는 더없이 행복하다.
그녀는 1년 전에 입단했다.
그녀의 입단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었다. 발레학교를 갓 졸업한 그녀의 재능을 단장은 단번에 알아보고 입단을 제의했고 그녀는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사실 재능이란 건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입단과 동시에 그녀는 질시의 대상이 되었다. 수년간 발레를 해오면서도 주목받아 보지 못한 이와 이제 스타의 자리를 내주어야 하는 이들에게 그녀는 탐탁치 않았다. 발레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예술이지만, 그 내부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예술가이기 이전에 평범한 사람들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는 가끔 예기치 않은 의문의 사고들이 발생하곤 한다. 이런 문제는 발레를 가르치는 선생의 소관이 아니다. 그녀의 곁에는 보호자가 필요하다.
난 그녀가 발레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그 외적인 상황을 주시하며 주변을 정리해나갔다. 난 그녀 곁에서 그녀를 돌보면서 그녀의 재능이 빛을 발하는 것을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 지켜보았다. 그녀가 연습이 끝나면 언제나 가장 먼저 내가 달려갔고, 그녀가 무대에 등장할 순간에 가장 마지막까지 그녀 곁에 남아 그녀를 독려했으며, 그녀의 팬들과의 교류에서 가교역할을 했다. 나아가 그녀가 힘들 때면 인생의 상담자가 되었다.
오늘은 그녀가 데뷔하는 날이다.
그녀는 떨지 않는 척했지만, 호흡은 점점 가빠지고 있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에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다. 지금은 안간힘을 쓰겠지만 진정한 예술품이 되면 꼭 필요한 만큼의 긴장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내 손을 떠나 그녀는 완성된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감상될 것이다.
그녀가 등장할 시간이다.
난 노크를 하고 그녀에게 시간이 왔음을 알렸다. 그녀는 나를 따랐고, 커튼 뒤에서 또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내가 그녀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리자 그녀는 무대로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그녀는 훌륭하게 해냈고, 관객들의 환호는 끊이지 않았다.
스타가 탄생했다.
공연이 끝나고 파티가 있었다. 스타의 탄생을 축하하는 파티였다. 난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다. 난 이제 그녀의 곁을 떠날 것이다. 멀리 가진 않겠지만, 이제 그녀를 돌볼 필요는 없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돌볼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그녀를 조각하려 하겠지만, 스타는 자고로 다른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틀은 한번으로 충분하다.
난 또 다른 예비스타를 데리러 가고 있다.

"성공적인 데뷔를 축하해."
"감사합니다. 단장님. 내일 또 새로운 단원이 입단한다면서요?"
"그래, 극장에서 그녀를 숙소로 데려다 주기 위해서 역으로 나갔어. 그녀도 이제 갓 발레학교를 졸업했지."
"누가 나갔죠?"
"왜 무대 진행하는 사람 있잖아?"
"아, 그 사람! 연습이 끝나면 단원들에게 수건을 나눠주고, 단원들에게 등장할 순서 챙겨주는…… 근데 그 사람 좀 이상하지 않아요? 무대에 나갈 때 날 살짝 밀기도 해요. 또 어떤 때는 누구를 조심해라, 누구는 배울 점이 많다 등등의 주제넘은 충고까지 해서 좀 황당했어요. 하여튼, 좀 웃기는 사람 같아요. 내게 보내준 팬들의 꽃도 그가 운반했죠? 아마."
"이제 스타가 됐으니 내일부턴 전속 비서가 생길 거야. 그 사람과 직접적으로 부딪힐 일이 이제 없다는 거지. 신경 쓸 필요 없어."
"정말요? 전속비서? 와, 정말 멋진 일이군요.  감사합니다."
"뭘, 당연한 건데. 근데 이 사람은 왜 이리 안 와. 공연이 끝났으니 뒷정리를 해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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