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인간과는 달리 이성적이지 않다.
- 움베르토 에코 <전날의 섬> -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그루터기다.
아낌없이 내주고도 마직막 쉼터까지 마련해주는 그루터기.
세상 사람 모두가 내게 책임을 요구하지만,
엄마는 아직도 나를 책임지려고 한다.
아침 식사시간.
밥상 앞에서도 잠이 덜 깬 내게 엄마는 지난 밤을 이야기한다.
“동네 사람 보기 창피하게 여자아이가 왜 이리 밤늦게 돌아댕기노!”
엄마에게 나는 여전히 아이다.
이런 소릴 들으면 서른 넘은 여자아이는 좀 민망하다.
그날 밤, 또 늦었다.
막 내일이 될 참이다.
약간 붉은 얼굴로 약간 흔들거리며 집으로 가는 길이다.
맞은 편에서 오는 인사불성의 취객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동네사람이 분명한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의 동네사람인 나 또한 그를 알지 못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현관 앞에 엄마가 턱하니 앉아 있다.
“왜 이리 늦노. 지금이 몇 시고?”
엄마는 분명 그루터기다.
또다른 의미에서…
언제나 턱하니…
일상적이나 지치지 않는…
어머니는, 인간과는 달리 모성적이다. - 미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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