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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하기/속깊은인터넷친구

취사선택

2012. 11. 27.

 

 

 

아이는 들을 것과 듣지 않을 것을 안다.
아이는 취할 것과 버릴 것을 안다.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나름 삶의 방식일 지도 모른다.

시작은 언제나 다정하다.
식탁 앞.
우람이는 밥만 빼고 모든 먹거리에 대한 식탐이 있다.
"밥을 먹어야 착한 아이지. 자~ 이거 맛있다."
우람이는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도리질을 해댄다.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려."

저녁을 먹고 나면 텔레비전 앞에 앉는 게 수순이다.
아이는 만화 속으로 뛰어들어가기라도 할 듯이 텔레비전 코 앞에 앉아있다.
아이의 엉덩이를 잡고 밖으로 끌어낸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라 그랬지?"
우람이는 어김없이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텔레비전 앞으로 간다.
"안 들려. 안 들려. 안 들려."

"이걸 그냥 확!"
누군가 말리지 않는다면 마지막은 언제나 난폭하다.

"얘, 슈퍼 가서 두부나 한 모 사와."
주섬주섬 대강 옷을 챙겨입고 돈을 챙겨서 신발을 신을라치면,
어느 새 우람이가 그곳에 있다.
"꼬모, 빨리 안오고 뭐해? 나 먼저 가 있을게!"

'쟨 왜 저기 있는거지?'
아무것도 듣지 않는 아이는 ‘슈퍼’라는 단어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아이는 들을 것과 듣지 않을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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