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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하기/속깊은인터넷친구

무관심

2012. 12. 3.

 

 

"미루씨는 왜 결혼을 안해?"
구부장은 뜬금없이 툭 내뱉곤 한다.
앞뒤 상황이 전혀 이 물음이 나올 만한 상황이 아님에도 그냥 툭 던진다.

회사 휴게실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다가,
책상 앞에 앉아 주식동향을 살펴보다가,
또는 회식자리에서 안주거리로 뜬금없이 툭 던진다.

그때마다 어떤 대답을 하긴 했을 것이다.
그 대답을 기억하지 못해서 매번 다른 답을 지어내는 걸 보면,
한번도 진실을 이야기한 적이 없나보다.
그는 내 대답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어떤 대답을 해도 그는 설교를 해댈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들을 생각은 없다. 다만, 말할 대상이 필요할 뿐이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있는데
어김없이 우람이가 나를 빤히 바라보며 뜬금없이 툭 던진다.

"꼬모는 언제 결혼해."
"그건 알아서 뭐할려고?"
"꼬모가 결혼하면 꼬모 침대랑 컴퓨터 나 가져도 돼?"
"꼬모는 결혼해도 침대랑 컴퓨터 가져갈건데..."

우람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해한 듯하다.
"그래, 꼬모. 그냥 우람이랑 같이 살자."

적어도 우람이는 내 대답을 기억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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