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덧칠하기/속깊은인터넷친구

삶의 양

2012. 12. 3.

 

 

 

병원 중환자실을 평생 두번 가보았다.
엄마를 만나러, 그리고 할머니를 만나러.
건강을 되찾은 엄마는 지금 내 곁에 있지만,
할머니는 그곳에서의 만남이 마지막이 되었다.

그곳에는 언제나 삶과 죽음이 교차한다.
그곳에서 생과 사를 선택한 사람은 그나마 나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선택하지 못하고
살아 있으면서도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전신마비인 딸의 고통을 보다 못해
딸을 총으로 쏜 어머니의 이야기가 해외토픽에 실린 적이 있다.
그 어머니의 유무죄는 관점에 따라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는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이 더 인도적일 수도 있고,
삶의 양이라는 측면에서 그 결정은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독단일 뿐이다.

인간은 삶의 질을 추구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삶의 양만을 채우며 살아간다.
삶을 끝까지 살았다는 그 자체가 또하나의 삶의 질이었으면 좋겠다.

'허허... 자네는 삶이 아니라 배를 채우고 있는 것 같은데...'

입 한가득 라면을 문 채 주변을 돌아본다.

그 어디에도 그 누구도 없다.

'설마, 내 살점은 아니겠지?'

 

 

'덧칠하기 > 속깊은인터넷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깨어나다  (0) 2012.12.03
점(占)  (0) 2012.12.03
치과  (0) 2012.12.03
무관심  (0) 2012.12.03
예의  (0) 2012.12.03
다양성  (2) 2012.11.29
운동부족  (0) 2012.11.29
실연  (0) 2012.11.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