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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

2022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2023. 1. 8.

 

도어 / 서보 머그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그녀에게 작은 텔레비전을 선물로 가져왔다.

 

비밀스럽고 진중한 눈빛으로 마치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듯이 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실제로 그 선물을 받아들였기에 나는 기쁨에 완전히 도취되었다.

 

그 거리의 상像에 에메렌츠가 불쑥 들어와서 눈을 쓸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수건, 어깨, 등은 두꺼운 눈의 휘장 아래에서 새하얗게 변했다. 그녀에게 인도는 청소가 되지 않은 채로 있어서는 안 되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녀는 눈을 쓸고 있었다.

 

방금 태어나신 나의 주님, 저는 이 부인에게 무슨 선물을 한 것인가요? 아침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일들이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데, 그녀는 몇 번이나 집에서 편안하게 앉아 있을 수 있을까요? 에메렌츠가 그렇게나 상처 입은, 전에 없던 눈길로 우리를 보았던 이유는 그녀가 마침내 소파에 앉을 수 있는 시간이 되면, 부다페스트는 이미 방송을 하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항상 철학적으로 분석할 줄 알았고, 나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왜 진작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녀와 비교하면 나는 젊었고 그 정도의 힘은 있었는데도, 눈을 쓸기 위해 내려가지 않았다. […] 내려가기는커녕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였다. 짜고 쓴 맛을 좋아하는 입맛에 변화를 주고자 나 역시 이럴 때는 단맛을 찾는다. 그리고 실존주의와 그로테스크한 작품은 접고 아름답고 로맨틱하고 슬픈 영화를 즐기는, 그런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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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는 축제다.

아름답고 로맨틱하고 즐겁다.

슬픔과 함께 하지 않는 슬픈 영화도 즐길 수 있다.

실존주의와 그로테스크한 현실은 잠시 눈 돌릴 수 있는.

텔레비전을 선물할 수 있지만, 그녀를 위해 내려가 대신 눈을 쓸지는 못하는.

선물()만이 아닌 마음도 나눌 수 있는 크리스마스이기를……

 

2022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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