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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예언가와 사기꾼

2021. 6. 18.

작성일 : 2016. 04. 01.

"당신이 어떻게 예언가라는 거지? 한번 해명해봐!"
"경관님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나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그 말에 경관은 좀 당황했는지 얼른 속기사를 쳐다보았다.
"사기꾼을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하죠."
속기사가 삼촌을 보며 단호하게 말하자, 경관이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모르가나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좋아. 그럼, 말해봐."
경찰의 말에 삼촌은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거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예언이야? 그런 말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잖아."
모르가나 정부의 발표는 온통 장밋빛 청사진뿐이었지만, 경찰은 손을 내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좋아요. 그렇다면 어서 나를 석방시켜주십시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모두 예언가니까."
"아브라함은 불 속에 뛰어들어 불을 껐지. 당신도 그렇게 할 수 있나?"
"아니, 난 예언가라고 했지 소방수라고 하지는 않았어요."
"모세는 홍해를 두 쪽으로 갈랐지. 그건 할 수 있겠지?"
"프랑스의 레셉스는 수에즈 운하를 만들어 끊어진 바다를 이어줬지요. 

러시아 사람들은 제방을 쌓아 유프라테스강과 나일강의 물줄기를 막았고요. 

나누어놓는다든가 이어주는 것은 기술자들이 할 일이지 예언가의 몫이 아닙니다."
"당신은 정말 교묘한 사기꾼이군. 하지만 나한테는 못당할걸. 

예수는 죽은 자를 부활시켰는데 그것도 할 수 있겠나?"
"그럼요, 할 수 있고말고요!"
"권총 좀 줘 보세요. 경관님을 쏜 다음, 금방 다시 부활시켜드릴 테니까요."
"말도 안되는 소리. 예언가라고 믿어 줄테니 빨리 사라져버려!" 

1001개의 거짓말 | 라픽 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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