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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인 |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

2012. 9. 17.

 

 

 

 

 

두 노인

Two Old Men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de Goya

      1746-1828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PkRWUL                           http://bit.ly/PkS4Uh

     위키백과 http://bit.ly/PkS5HO

     wikipedia http://bit.ly/PkRHt1

 

  언제부턴가 그는 노인의 귀에 대고 가만가만 속삭인다.
"내 말 들려? 내 말 들리지?"
"그래."
"요즘 아들이 맘에 안 들지? 아침 일찍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면서 방문 밖에서 소리치는 습관적인 간단한 인사 외에는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잖아. 그게 무슨 아들이야."
"하지만, 아들은 아주 바쁘거든."
"이 세상 효자들이 모두 한가한 줄 알아? 그건 핑계일 뿐이지. 아들은 아버지를 잊었어. 며느리는 어때?"
"며느리는 내 수발을 들어. 이제 거동조차 불편한 나를 몇 년째 보살피고 있어."
"그건 사랑일까? 의무일까?"
"의무면 어때. 나를 보살피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넌 참 욕심이 없구나. 며느리는 네가 빨리 죽기를 원해. 그건 며느리에겐 해방이지. 다만,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을 뿐이야. 또 모르지. 입 밖으로 내는지도."
"늙은이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 줄 알아? 그럼에도 버리지 않는다는 게 중요한 거잖아."
"중요한 건 네가 행복하냐는 거야. 늙는다는 것이 불행의 조건은 아냐. 이 모든 상황에도 네가 만족하냐는 거지. 체념이 아니라. 손자 손녀들은 어때?"
"그들은 집을 떠났어. 모두 결혼해서 독립을 했거든. 가끔 들러 내게 용돈을 쥐여 주고는 하지."
"돈을 쥐여 주는 건 가장 쉬운 회피수단이지. 일 년에 한두 번 돈을 쥐여 주고는 일 년 내내 할아버지를 위해 뭔가 한 것처럼 떠벌리고 다닐걸?"
"그도 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리고 용돈 몇 푼이라도 줄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이 벌고 있다는 거고, 그건 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거잖아."
"넌 아직도 가족을 사랑하는군. 사랑하는 가족에게 버림받으면 어떨까?"
"왜 자꾸 가족에 대한 분노를 일깨우려 하지? 중요한 건 그들이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한다는 거지. 그래서 난 내가 사랑하는 가족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해."
"훌륭하군. 그럼, 네게서 내가 할 일은 별로 없겠군. 난 이만 가야겠어. 지금 상태로도 행복한 모양이니."
"어디로 갈 거지?"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받길 원하는, 그래서 늘 불행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에게."
노인의 아들이 노인의 방에 들어왔다.
"아버지, 다녀왔습니다."
아들은 그 한마디를 휙 던지고 방을 나가려고 노인에게 등을 보였다. 그때 노인은 보았다. 그가 아들의 귀에 대고 가만가만 속삭이고 있었다.
"안 돼!"
노인은 아들의 등에 매달려 있는 그를 향해 돌진했다. 아들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아버지를 바라보았고, 며느리는 소란에 놀라 방으로 뛰어들었다. 며느리는 남편에게 무섭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노인네를 보았다.
"아버지! 왜 이러세요? 미쳤어요?"
"아버님! 그만 해요. 아범이에요. 당신 아들이라고요."
노인은 아들의 등에서 미소 짓고 있는 그에게 사정하며 그에게 절망적으로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내 아들을 그냥 둬. 제발 ……."
"아버지, 제가 아들이에요. 저라고요?"

다음날.
가족들은 망령 난 노인네를 위한 최선을 행동으로 옮겼다.
노인은 경치 좋은 조용한 요양소로 보내졌다.
언제부턴가 그는 당신의 귀에 대고 가만가만 속삭인다.
"내 말 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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