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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법사 | 프란시스코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

2012. 9. 17.

 

 

 

 

    

 

 

 

 

두 마법사


Two Old Men Eating Soup or The Witchy Brew

 

프란시스코 고야

Francisco de Goya, 1746-1828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PkRWUL,

                         http://bit.ly/PkS4Uh
위키백과            http://bit.ly/PkS5HO
Wikipedia           http://bit.ly/PkRHt1

 

 


옛날 옛적에 세상에는 두 마법사와 사람들이 사이좋게 살았다.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으면 마법사를 찾았고, 마법사들은 해결할 방도를 알려주었다. 마음의 상처를 잊게 하는 망각, 너와 나를 구별하지 않는 사랑, 날씨를 점칠 수 있는 하늘의 움직임, 무거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바퀴, 음식을 저장할 수 있는 얼음 등등의 것들을 말이다. 사람들은 마법사에게 감사했다. 마을로 내려가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다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히면 다시 마법사를 찾았다.

어느 날, 누군가 사소한 질문을 하나 허공에 던졌다.
"둘 중에 누가 더 훌륭한 마법사일까?"
별 대수롭지 않은 문제였지만, 답이 갈리면서 사람들은 두 패로 갈라져서 싸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해답 없는 논란으로 싸우기 바빠서 더는 마법사를 찾지 않았다. 서로 싸우는 동안에는 어떤  해답도 얻을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하루가 멀다고 들락거리던 시끌벅적한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자 이상하게 여겼다.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되어 마을로 내려갔다. 사람들은 싸우느라 마법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마법사는 싸움을 말리며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사람들은 싸우는 이유를 말했고 마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마법사들은 이 문제만은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더 훌륭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두 마법사는 사람들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서로가 가지고 있는 비장의 마법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투표에 의해 가장 훌륭한 마법사를 가려내기로 했다.
다음날, 두 마법사는 사람들 앞에서 그동안 한 번도 하지 않는 마법을 행했다.
한 마법사가 자신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당신은 내가 대단하지도 않은 마술로 우쭐거린다고 생각하는군요. 또 당신이 이 모든 것이 속임수라고 생각하고, 거기 당신은 우리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고 ……. 세상에! 당신들은 하나같이 대가 없이 베푸는 우리의 우정을 경멸하고 있군요. 당신들은 우리 둘 중 누가 훌륭한 마법사인지 알고 싶은 게 아니라 싸울 빌미를 찾고 있었어요. 그동안 우린 당신들을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법사는 너무나 괴로운 나머지 머리를 벽에 짓이기며 소리쳤다.
"제발, 이제 그만 해요. 제발!"
다른 한 마법사가 괴로워하는 마법사 친구를 보다 못해 비장의 무기인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는 마법을 부렸다.
순간 세상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고 세상은 조용해졌다. 이로써 두 마법사는 평화롭지만, 너무나 조용한 세상에 단둘이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가장 훌륭한 마법은 다시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사라진 사람들은 또 다른 세상을 이루어 살고 있다.
끊임없이 싸울 빌미를 만들어 싸우고 또 싸우면서 살았다. 지혜로운 마법사가 없는 세상에서 어려운 일이 부딪히면 사람들은 서로의 것을 빼앗으면서 해결했고, 그 결과 싸움은 끝이 없었다. 나아가 마법사들이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선보인 마법을 흉내 내어 사람의 마음을 읽어서 장사했고, 장사가 여의치 않으면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하는 전쟁을 했다.
마법사는 꾸며낸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는 환상이 되었다. 그중 몇몇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은 아련하고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리며, 허공에 대고 질문을 던지곤 한다.
"우린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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