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덧칠하기/속깊은인터넷친구

생사람 잡기

2012. 11. 29.

 

 

 

미선은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툴툴대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글쎄, 이게 말이나 돼.”
미선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어제 저녁에 비디오 가게에 갔는데 글쎄 연체료를 만원을 내라잖아!”
“물론, 내가 늦게 가져다줬으니 내가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녀는 그녀의 잘못을 안다.
“전화라도 한번 해줬어야 하잖아. 근데 자꾸 전화를 했다는거야. 난 받은 적이 없거든.”
난 그녀가 등록된 번호가 아니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도 잘못 했지만, 그쪽도 잘못이 있으니 반반씩 책임을 지자고 했더니.”
그녀는 책임을 나눌 줄 안다.
“말도 안된다며 연체료를 내지 않으려면 거래를 끊든지 
거래를 계속 하려면 연체료를 다 내라잖아.”
그녀는 자신의 잘못으로 인한 결과를 수긍하지 못한다.
“그렇게까지 반납이 되지 않으면 집이라도 한번 와봐야 하는 것 아냐?”
자신은 귀찮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타인에게는 자신의 귀찮음을 덜어줄 수 있는 부지런함을 요구한다.

나는 그녀를 불러 앉힌다.
“자, 우리 생사람 하나 잡아보자.
그러니까, 넌 너 하나도 관리 못해서 자꾸 반납하는 것을 잊어버리면서
비디오가게 주인은 그 많은 연체자 중에 너 하나 관리 못했다고 욕먹는거네.
처음 대여기준을 말해줬을테고 그 기준에 동의해서 거래가 시작되었을텐데
네게 불리하니까 애초의 대여기준부터 걸고 넘어지는거고.
그러니까, 그 사람은 부당하고 게으르고 책임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파렴치한이네. 그치?
정말 나쁜 놈이네. 뭐 그런 나쁜 놈이 있어.”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어… 그러니까… 그…렇…지…”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화들짝 놀라서는 소리친다.
“야… 생사람 잡지 마!”

 

 

 

 

'덧칠하기 > 속깊은인터넷친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의  (0) 2012.12.03
다양성  (2) 2012.11.29
운동부족  (0) 2012.11.29
실연  (0) 2012.11.29
  (0) 2012.11.29
전환점  (0) 2012.11.29
진단  (0) 2012.11.29
핑계  (0) 2012.11.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