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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하기/그림, 그리고68

두 번 다시는 | 폴 고갱 (Paul Gauguin, 1848-1903) 두 번 다시는, Nevermore Oh Tahiti 폴 고갱 Paul Gauguin, 1848-1903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UMETM6 MoMA http://bit.ly/UMF0Y7 Wikipedia http://bit.ly/UMF0aF 답답해서 한밤에 집을 뛰쳐나왔다. 술 취한 사람들과 사랑에 취한 젊은 연인들이 밤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북적이지는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 자정 12시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잠들기 전까지 내 머릿속 시계는 아직 내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긋지긋하고 기나긴 오늘이 계속되고 있다. 길을 걸었다. 목적지는 없다. 아니, 목적지는 있다. 집으로 돌아올 짧은 여정이다. 우선은 벗어나야.. 2012. 10. 8.
카운트를 세다 | 토머스 에이킨스(Tomas Eakins, 1844-1916) 카운트를 세다, Taking the Count 토머스 에이킨스 Tomas Eakins, 1844-1916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TjEbdp Works of Art http://www.thomaseakins.org Wikipedia http://bit.ly/TjDv7C 강한 펀치였다. 그의 주먹이 시야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멀어진 주먹이 다시 내 눈앞을 스치는 것은 순간이었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그의 얼굴이 아니라 링의 바닥이었다.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심판은 카운트를 세고 있었다. 내겐 시간이 없다. 선택해야 한다. "세븐." 벌써? 카운트를 듣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채 카운트는 셋을 남겨두고 있었다. 승부를 시작할 때는 이기는 것이 목표다. .. 2012. 10. 8.
잠자는 집시 |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잠자는 집시, The Sleeping Gypsy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Oukac Works of Art http://www.henrirousseau.org Wikipedia http://bit.ly/SOubDB 사막에서 사자가 집시를 만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낮은 뜨겁게 파랗고, 밤은 차갑게 까맣다. 눈길이 닿는 곳은 거침없이 텅 비어있고, 발길 닿는 곳은 길 없이 끝없다. 사막은 침묵하는 공간에 멈춰진 시간이다. 그 한가운데 서있으면 모래든 산이든 달이든 물이든 심지어 사자조차 모두 사막이 된다. 그녀는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 멈췄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 더는 갈 수 없어 다다른 그곳에 주저앉는다. 생.. 2012. 10. 8.
인형을 가진 어린이 |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인형을 가진 어린이 To Celebrate the Baby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Oukac Works of Art http://www.henrirousseau.org Wikipedia http://bit.ly/SOubDB 누군가 생일선물로 마리오네트 줄인형을 선물했다. 신기한 물건이었다. 내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가 걸음을 떼야 그도 한 걸음을 옮긴다. 손에 매달린 줄을 당겨주어야 그는 손을 들어 올린다. 내가 줄을 놓으면 그는 축 늘어져 꼼짝도 못하는 여느 인형과 다름없다. 내가 존재함으로써 그는 줄인형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으며, 그의 존재증명이 가능하다. 줄인형은 누군가를 조정할 때 느.. 2012. 10. 8.
의자공장 |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의자공장, The Chair Factory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Oukac Works of Art http://www.henrirousseau.org Wikipedia http://bit.ly/SOubDB 이곳은 주문식 의자공장이다. 원하는 의자를 주문서에 적으면 원하는 바를 만들어준다. 불가능은 없다. 주의할 점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적어야 한다. 주문서에 기재하지 않은 사항은 전적으로 고객의 책임이므로 의자공장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주문서 직업은 작가다. 의자가 불편해서 글을 쓸 수가 없다. 딱딱한 의자 때문에 자꾸 자리에서 일어난다. 생각의 흐름은 끊기고 다시 의자로 돌아가는 것이 고통스럽다. 고통스러.. 2012. 10. 5.
또 다른 세상 | M. C.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 또 다른 세상, The Another World M. C. 에셔 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 관련 링크 공식사이트 http://www.mcescher.com Gallery http://bit.ly/SOrDFo Wikipedia http://bit.ly/SOoBkJ 삶은 지루하다. 눈을 뜨면 언제나 24시간의 하루가 주어진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한다. 지루한 삶을 연장하기 위해. 삶이란 게 묘해서 지루한 단조로움으로 미칠 지경이라도, 그 이유만으로 삶을 끝낼 수는 없다. 누군가 내 삶을 끝장내 주겠다고 호의를 베푼다면 난 기겁을 하고 도망칠 것이 분명하다. 삶과 죽음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우리는 주어진 .. 2012. 10. 5.
점심 |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점심, The Luncheon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1840-1926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Pvvp5A MoMA http://bit.ly/PvvuX2 Wikipedia http://bit.ly/PvvfuU 산 사람이 죽어나가도 산 사람은 먹어야 한다. 그녀는 오늘 아침 남편을 땅에 묻었다. 하루아침에 미망인이 되어버린 그녀는 집에 돌아와 망연자실 창가에 기대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다. 아침에 남편을 땅에 묻고 점심에 아들을 먹인다는 것은 미망인에겐 무리다.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것이 더 어울린다. 나는 그녀의 친구이며 죽은 자의 애인이다. 미망인은 울 수 있으나, 애인은 울 수 없다. 더구나 미망인 앞에서는. 그리고 그.. 2012. 10. 3.
운명의 천사 | 오딜론 르동(Odilon Redon, 1840-1916) 운명의 천사 The angel of the destiny 오딜론 르동 Odilon Redon, 1840-1916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E4JAL Works of Art http://bit.ly/SE4TrJ Wikipedia http://bit.ly/SE4KED ‘못마땅하다. 답답하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인간은 내게로 오기 위해 태어난다. 태어나면서부터 종착점은 정해졌다. 탄생과 더불어 죽음 또한 운명이다. 인간은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내내 주어진 삶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자 발버둥질한다. 내게로 뻗은 올곧은 길을 곧장 오지 못한다. 돌아오는 것은 시간 낭비다. 하긴, 인간에겐 헛수고도 운명이다. 그는 태어났다. 내게로 오는 길은 곧은길이라 제 .. 2012. 10. 3.
목맨 사람의 집 | 폴 세잔느(Paul Cezanne, 1839-1906) 목맨 사람의 집 The Suicide's House 폴 세잔느 Paul Cezanne, 1839-1906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E1B7O MOMA http://bit.ly/SE1WaI Wikipedia http://bit.ly/SE1aub 사람 사는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면 상가(喪家)가 되지만, 사람 살지 않는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면 죽은 자의 집이 된다. 그 집은 목맨 사람의 집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집은 목맨 사람의 집이었고, 산 사람은 아무도 그 근처를 얼씬거리지 않았다. 생명이 조금이라도 붙어 있다면 웬만하면 죽음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다. 경작하는 작물마다 매번 농작물 파동을 겪은 농부들은 짐을 싸들고 도시로 떠나갔고, .. 2012. 10.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