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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디지털 저장강박

2022. 6. 6.

작성일 : 2016. 4. 14.

 

사진은 취미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한다.

필름카메라를 사용할 때는 인물사진 위주로 찍었다.

인물이 없는 사진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필름의 제약 때문인 듯하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출사 한 번 나가면 2~300장은 거뜬히 찍는다.

사진의 양이 많아지니 사진 정리도 차일피일 미룬다.

2014년 끝자락 사진을 아직도 정리하고 있다.

2015년 1년 치가 남았고, 2016년 사진을 찍고 있다.

 

생각해서 찍는다기보다 마구 찍는다.

많이 찍으면 게 중 한둘은 건진다는 논리다.

하지만 아무것도 버리지 못한다. 초점이 맞지 않고 흔들린 사진도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열정’이라는 것이 가장 분별력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정신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인생사용법 | 조르주 페렉

 

외장하드 하나를 사진으로 채우고 외장하드 하나를 더 구입하려고 쇼핑몰을 뒤적이다 보니,

아무래도 디지털 저장강박이지 싶다.

선별과 분별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고스란히 쌓아둔다.

 

사진을 잘 받는 특성이란 뭐죠? 실제의 대상보다 '더 멀리' 닿는 사진을 산출하는 능력입니다. 거칠게 말해서 사진을 잘 받는 사람은 그의 사진을 처음으로 보는 지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죠. 그런 사람은 사진이 실물보다 아름다워요. 여태까지 감추어져 있던 아름다움을 사진이 드러내는 듯하죠. 그런데 사실 사진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창조합니다.

베로니카의 수의 | 미셸 투르니에

 

아무래도 나의 사진은 창조보다는 우연에 기대며 감상보단 저장을 우선하고 있는 듯하다.

 

가끔 누군가 그렇게 사진을 찍어서 뭐하냐고 묻는다.

그냥 취미라고 말한다.

취미란, 그냥 저 좋아서 하는 것이다. 뭘 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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