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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

위트릴로

2023. 6. 7.

작성일 : 2016년 6월 8일

 

몽마르트르와 몽파르나스가 연결되고 몇 년이 흐른 뒤에 위트릴로의 작업실에 당시 예술가들이 최고로 선호하던 알리스 프랭이라는 모델이 왔다.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어한다는 소문을 듣고 모리스 위트릴로의 작업실로 찾아온 것이다. 


위트릴로는 프랭을 작업대 앞에 서게 한 다음 자세를 잡게 하고는 세시간 동안이나 그림을 그렸다.

작업이 끝난 뒤에 몽파르나스의 '키키'는 자신의 초상화를 보자고 했다. 
"물론이지!"
위트릴로가 대답했다.
그는 그림에서 물러났고, 프랭이 다가갔다. 그녀는 아연실색해서 한동안 위트릴로의 데생을 들여다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센강의 좌안 몽파르나스 쪽 선술집 사람들에겐 익숙한 웃음소리였다.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그림 위로 몸을 굽혔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제대로 본 것이다. 그림 속에 있는 것은 그녀의 얼굴도, 몸도 아니었다. 그녀와의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었다.

세 시간 동안 위트릴로는 시골의 작은 집을 그렸던 것이다.

보엠 | 단 프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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