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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떻게? “왜”라고 묻는 인간형과 “어떻게”라고 묻는 인간형… 이는 개개인의 기질과 연관이 있다. "왜"라는 의문은 생각하게 만들고, "어떻게"라는 의문은 행동하게 만들다. 난 아무래두 생각이 많은 인간인 모양이다. 행동은 지지부진해서 기회를 놓치고, 기회에 대한 아쉬움은 운명으로 위안하며, 그럭저럭 30여년을 살아왔다. 그러니, "왜"보다는 "어떻게"가 내게 더 필요한 의문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온 방식을 바꾸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게 가능했다면, 난 지금 “어떻게”보다는 “왜”가 더 필요한 삶을 살아가고 있을거다. 2012. 10. 28.
조만간 하고 싶은 일들은 소리소문없이 후다닥 해치워버리니, 언제나 남아있는 건 하기 싫은 일 뿐이다. “대체 언제 하려고 그렇게 쌓아두니?” 재촉하는 소릴 들으면 언제나 단 한마디로 대꾸한다. “조만간…” 요한계시록에 있는 말이란다. "1000년이 1년 같고 1년이 1000년 같다." 나의 조만간이 1000년 같은 1년일지, 1년 같은 1000년일지… 이도저도 아니면 내일 당장일지… 글쎄, 생각해볼 일이다. 조만간… 2012. 10. 28.
Know-where 뜻하지 않는 선물을 받았다. 언젠가는 그 답례를 할 기회가 있으리라. 발신인의 주소를 조심스럽게 떼어 소중히 보관했다. 이 세상 모든 지식을 머리 속에 넣어둘 필요는 없다. 정보시대는 Know-where의 시대이다. 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정보시대 이전의 선사시대에도 외우는데는 젬병이었던 나를 위해 준비된 말 같지 않은가! : : 아~~~ 이걸 어쩌지! 대체 어디 둔거야? 2012. 10. 28.
현기증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현기증, Vertigo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gkTS Works of Art http://www.salvador-dali.org Wikipedia http://bit.ly/Rw1cIv 현기증이 인다. 높은 곳에 오르면 종종 나타나는 증상이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닥에 피투성이인 채로 널브러져 있는 나를 본다. 그것은 순간적인 환상이지만 강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 짧은 순간 그에 해당하는 끔찍한 고통을 실제 느낀다. 추락에 대한 공포 때문에 높은 곳이 싫다. 이건 병이지 싶지만, 일상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으므로 굳이 치료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성장하면서 한 번쯤은 프로이트를 접한다. 내가 기억.. 2012. 10. 15.
전화와 해변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전화와 해변, Beach scene with telephone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gkTS Works of Art http://www.salvador-dali.org Wikipedia http://bit.ly/Rw1cIv 경선은 도시를 떠나면서 휴대전화를 꺼버렸다. 떠남은 단절이어야 한다. 이건 진리다. 너무 거창하지만, 무작정 떠남에는 가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다. 겨울 바다는 시끄러웠다. 파도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도시에서는 인파(人波)가 소음을 만들어내더니 사람들을 걷어낸 바다도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바람과 파도가 만나면 훨씬 무서웠다. 민박집의 창은 너무 허술해서 바람이 조금만 흔들어대도 날아갈 듯이 .. 2012. 10. 15.
기억의 영속(永續) The Persistence of Memory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기억의 영속(永續), The Persistence of Memory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gkTS Works of Art http://www.salvador-dali.org Wikipedia http://bit.ly/Rw1cIv 기억을 잃어버렸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섬광이 스쳐 지나가자 세상은 단숨에 환해졌다. 그리고 현재 내가 존재한다는 실감 이외에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텅 비어 있다. 물론 그 이전에 무언가 담고 있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공허한 상태에 대한 당황스러움을 받아들일 틈도 없이, 난 또다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울음이 북받쳐 올랐.. 2012. 10. 15.
갈라의 기도 |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갈라의 기도, The Angelus of Gala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 1904-1989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gkTS Works of Art http://www.salvador-dali.org Wikipedia http://bit.ly/Rw1cIv "숙희가 죽었단다." "숙희?" "왜, 기억 안 나?" 난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숙희? 누구지? "2학년 때 우리 반이었잖아. 너 바로 앞에 앉았었는데." 고교동창인 영선은 나보다 내 고교 시절을 더 잘 기억하고 있다. 내 앞자리? 고교 2학년. 그 순간을 떠올리려니, 새하얗게 퇴색되어 이제 얼굴을 알아볼 수조차 없는 졸업앨범 속에서 헤매고 있는 기분이다. "왜 언제나 골골하던 얼굴 하얗고 말을 횡설수설하던.. 2012. 10. 15.
잘못된 거울 | 르네 마그리트(Rene Magritte, 1898-1967) 잘못된 거울, The False Mirror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1898-1967 관련 링크 공식사이트 http://www.magritte.be/?lang=en 위키백과 http://bit.ly/Q5fY7Z wikipedia http://bit.ly/Q5fM8J 무작정 떠나기. 텅 빈 주머니만으로도 두려움 없이 떠날 수 있었던 학창시절에도 시도해본 적 없는, 이 "무작정 떠나기"를 하려고 강릉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나경은 그런 자신이 통 실감이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면 괜한 감상에 빠지곤 한다. 자신이 설정해놓은 목표와 현재 처해 있는 현실과의 괴리가 연말이면 유난하게 사람을 심란하게 한다. 목표는 언제나 현실을 앞서 가게 마련이니까. 엘니뇨현.. 2012. 10. 15.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 후안 미로(Joan Miro, 1893-1983) 붉은 태양이 거미를 문다 The Red Sun Gnaws at the Spider 후안 미로, Joan Miro, 1893-1983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Rw2eUV Works of Art http://joanmiro.com Wikipedia http://bit.ly/Rw16AB 벌써 사흘째 잠복근무다. 녀석은 오늘 나타나겠다고 미리 예고했다. 녀석을 믿는다면 오늘 하루만 지키고 있으면 되지만, 범죄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저 아래 번쩍이는 빌딩과 아파트에 비해 볼품없고 초라한 이 산동네 으슥한 골목길에서 사흘째 버티고 있다.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녀석은 좀도둑이다. 자잘한 도둑질을 해댔고 몇 차례 내 손으로 잡아서 감옥에 보냈다. 돌아와서는 손을 씻고 착실.. 2012.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