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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흰색 |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 작은 흰색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1866-1944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L9KuR Works of Art http://bit.ly/SL9Qms Wikipedia http://bit.ly/SL9Gvh 음모는 남의 지갑 안에 있던 오만 원권 10장에서 시작되었다. 은밀하고도 소란스럽게 진행된 음흉한 하루였다. 놀이공원 화장실에서 영하가 지갑을 주웠다. 소매치기라면 돈만 빼고 지갑을 휴지통에 버리기 마련인데, 그 지갑에는 신분증이나 신용카드는 없고 오히려 현금 50만 원만 들어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영하는 한창 놀이기구 타고 있는 우리 넷을 불러 모아, 노래방이나 가자고 했다. 나머지는 이제 왔는데 무슨 소리냐며 더 놀기를 원했지만, 영하는 막무가.. 2012. 10. 10.
둘 사이 |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 둘 사이 바실리 칸딘스키 Wassily Kandinsky,1866-1944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L9KuR Works of Art http://bit.ly/SL9Qms Wikipedia http://bit.ly/SL9Gvh 병원 앞 건널목은 유난히 신호대기시간이 길다. 자신의 볼품없음이 아무런 방패막이 없이 한 곳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어야 하는 상황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아니 두렵기까지 하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바로 이 건널목에서이다. 의사는 최대한 너그러운 그러나 습관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다리의 완치는 깁스를 풀고 회복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가장 훌륭한 치료는 환자의 희망이니까요?" 의사는 불확실한 진단에 환자의 희망을 처.. 2012. 10. 10.
세탁부 | 툴루즈 로트렉(Taulouse Lautec, 1864-1901) 세탁부, The Laundress 툴루즈 로트렉 Taulouse Lautrec, 1864-1901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ReAEYP Works of Art http://bit.ly/ReAYH6 Wikipedia http://bit.ly/ReADnT 창을 통해 호수공원이 보인다. 신록이 푸른 5월의 공원은 신록을 즐기기에 충분히 한가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공원 한가운데는 공원이름에 어울리는 호수가 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아름다운 호수 위에는 여유로운 사람들이 떠다닌다. 창 바로 아래 골목에서는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창은 어느새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를 배경음으로 호수공원의 풍광을 보여주는 브라운관이 되어 있다. 채널은 단 하나뿐이다. 내가 외면하지 않는.. 2012. 10. 10.
마지막 빵 한조각 | 툴루즈 로트렉(Taulouse Lautec, 1864-1901) 마지막 빵 한조각, Last Crumbs(En et cafe la Mie) 툴루즈 로트렉 Taulouse Lautrec, 1864-1901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ReAEYP Works of Art http://bit.ly/ReAYH6 Wikipedia http://bit.ly/ReADnT "다 먹은 거야?" "좀 기다려요. 아직 남았잖아요." 그는 오지 않는다. 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문이 열릴 때마다 입구를 돌아보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알면서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못하는 내 모습은 더 초라하다. 열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지만, 어느 순간 상대방의 맘을 속속들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때가 있다. 그리고는 사람 속은 아무도 모른다고 되뇐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길.. 2012. 10. 10.
푸른 밤 |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 푸른 밤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1863-1944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QPLqpD Works of Art http://www.edvardmunch.info Wikipedia http://bit.ly/QPL95Y 지난밤 달빛은 유난히 차가웠다. 칼날 같은 푸른 달빛이 날카롭게 스며들어와 그의 목숨을 베어버렸다. 그를 발견한 건 가족이었다. 항상 힘들어했기에 그 밤이 가장 힘든 밤인 줄 알지 못했다. 그는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시간에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유서도 없었다. 죽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가족은 죽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죽을 만큼 힘들다고 했지만 죽을 만큼 힘든 줄을 몰랐다고 했다. 그렇게 죽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장례식장은 사람.. 2012. 10. 9.
질투 |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 질투, Jealousy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 1863-1944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QPLqpD Works of Art http://www.edvardmunch.info Wikipedia http://bit.ly/QPL95Y 그녀는 그와 함께 있으면 소리 내어 웃곤 했다. 내가 해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녀가 그와 함께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난 그녀를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순간 뇌리에는 가장 먼저 남겨질 그녀가 스쳐 지나갔다. 여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그녀는 홀로 남은 삶은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그녀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이제 난 그녀가 없는 죽음과 내가.. 2012. 10. 9.
가장 좋아하는 목걸이 | 해럴드 하비(Harold Harvey, 1874-1941) 가장 좋아하는 목걸이 The Favourite Necklace 해럴드 하비 Harold Harvey, 1874-1941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PI71C Works of Art http://www.haroldharvey.info/ Wikipedia http://bit.ly/QPIBEV 그는 내게로 오고 있다.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내게 프러포즈할 것이다. 3년 연애 끝에 중요하게 할 말이라는 것이 달리 뭐가 있겠는가? 너무 노골적이긴 하다. 조금은 은밀하게 진행해도 좋으련만. 푸른색이 좋을까? 푸른색은 상쾌하지만 차갑다. 노란색은, 음 …… 그건 너무 나이 들어 보일 거다. 분홍색 원피스가 좋을까? 낭만적이긴 하지. 원피스를 자꾸 갈아입는다... 2012. 10. 9.
깊은 생각 | 로버트 루이스 리드(Robert Lewis Reid, 1862-1929) 깊은 생각, Reflections 로버트 루이스 리드 Robert Lewis Reid, 1862-1929 관련 링크 Works of Art http://bit.ly/VJccVj Wikipedia http://bit.ly/VJbqrf 그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내게로 오겠다고 했다. 그는 나를 선택했다. 이제 곧 내게로 와서 내게서 머물 것이다. 행복하다. 비난받을 만한 불안한 행복이지만 순간 행복했다. 순간이었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이가 있었다. 결혼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와 만나면서도 그는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와의 사랑도 진실했다. 다만, 변한 것뿐이다. 나와의 사랑이 이전의 사랑을 변질시켰다.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부당하다. 그녀와의 결혼 얘기가 나오자 그는 선택해야 했다. .. 2012. 10. 9.
슬픔은 끝이 없고 | 월터 랭글리(Walter Langley, 1852-1922) 슬픔은 끝이 없고 Never Morning Wore to Evening but Some Heart Did Break 월터 랭글리 Walter Langley, 1852-1922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T0ag4M Works of Art http://bit.ly/T0aw3K Wikipedia http://bit.ly/T09TqF “얘야, 실컷 울어라. 눈물이 슬픔을 지우지는 못하겠지만, 사라지지 않는 슬픔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실없는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는 걸 어찌 멈출 수 있겠니.” ‘어머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요. 세월이 지날수록 슬픔은 점점 옅어집니다. 슬픔의 크기가 줄어든 걸까요? 슬픔을 담는 마음이 담대해진 걸까요? 매해 남편과 아이를 기억해야 하는 그.. 2012.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