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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각형 | 카지미르 말레비치(Kasimir Malevich, 1878-1935) 검은 사각형, Black Square 카지미르 말레비치 Kasimir Malevich, 1878-1935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WeLKBF Works of Art http://bit.ly/WeMdUf Wikipedia http://bit.ly/WeLAKA 경리과 성희는 오전에 거래처에 송금하기 위해 은행을 가야 했다. 밖이 추웠으므로 코트를 꺼내기 위해서 여직원 휴게실로 갔다. 캐비닛에서 코트를 꺼내는데 배가 살살 아프다. 주저할 겨를 없이 급하게 화장실을 다녀왔다. 속이 후련했다. 다시 돌아왔을 때 돈이 없어졌다. 뱃속이 다시 아려온다. 일반적인 도난사건이라면 재수 없는 개인의 불운으로 돌렸을 테지만, 이번 일은 공금이었고 또한 그 액수가 만만찮았기 때문에 말이 날 수밖에 없.. 2012. 10. 13.
무덤 파는 일꾼의 죽음 | 카를로스 슈바베(Carlos Schwabe, 1877-1926) 무덤 파는 일꾼의 죽음 The Death of the gravedigger 카를로스 슈바베 Carlos Schwabe, 1877-1926 관련 링크 네이버미술검색 http://bit.ly/TeQnXz Works of Art http://bit.ly/TeQzpO Wikipedia http://bit.ly/TeQ3bt “당신이군요. 좀 놀랍지만 그리 무섭지는 않아요. 다행입니다. 오히려 아름답기까지 하다니. 그건 좀 놀랍습니다.” 오늘이 그날이다. 평생 무덤 파는 일을 했지만, 오늘은 제 무덤을 파고 있는 거다. 죽음의 천사는 아름다웠지만, 죽고 싶지 않은 늙은이에게 아름다움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내가 판 무덤에 묻힌 이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쭈그러진 이 늙은이를 만나는 거라고 평생 생각해왔다. 아름다.. 2012. 10. 13.
푸른 얼굴 |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푸른 얼굴, The Blue Face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관련 링크 MoMA http://bit.ly/TuhUaW 위키백과 http://bit.ly/TufuZO wikipedia http://bit.ly/TufxoC 그녀는 내 어머니다. 지금 여느 때와 똑같은 이유로 그녀 앞에 앉아 있다. 그녀 또한 여느 때와 똑같은 잔소리를 끝없이 해대고 있다. 내가 고분고분 그녀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이유를 그녀는 알지 못한다. 난 오늘도 돈을 빌리기 위해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내가 달라는 대로 돈을 주면서도, 어김없이 지루한 잔소리를 해댄다. '젊은 애가 왜 인생을 그렇게 사느냐?'로 시작해서, '노력해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도 믿지 않는 말하기 좋은 진리를 거쳐.. 2012. 10. 13.
생일 |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생일, Birthday 마르크 샤갈 Marc Chagall, 1887-1985 관련 링크 MoMA http://bit.ly/TuhUaW 위키백과 http://bit.ly/TufuZO wikipedia http://bit.ly/TufxoC 남자나이 사십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여자나이 삼십이 되면 자신의 인생에 대한 변명거리를 찾아야 한다. 지는 가을과 뜨는 겨울 사이에는 수많은 조급한 연인들이 있다. …… 여러분의 축복 속에서 첫발을 내딛는 …… 회사 게시판에 붙은 청첩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여지없이 날아드는 질문이 있다. "어, 근데 박정남 씨는 언제 국수 먹여줄 거야?" 언제나 그랬듯이 정남은 그냥 살짝 웃어넘긴다. 가끔은 그런 질문을 할 정도의 친분이 있다고 생각하지.. 2012. 10. 13.
X부인 |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 X부인, Mrs. X 조르주 루오 Georges Rouault, 1871-1958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cxoya Works of Art http://www.rouault.org Wikipedia http://bit.ly/QcxsOC 아파트 관리인으로 30여 년을 이 아파트에서 살았다. 집주인은 집세만 정확하게 나오면 아파트 관리에 간섭하지 않았고, 입주자들은 집을 비우라는 큰소리 몇 마디면 소소한 하자들은 참고 넘어갔기 때문에 그리 힘든 일은 아니었다. 어느 날, 초로의 신사가 찾아와 종이를 내밀었다. 종이에는 자신은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고, 돈은 얼마든지 낼 테니 계약서 작성 없이 방을 빌릴 수 있는지 묻고 있었다. 집주인은 돈만 받으면 다른 것은 신경 쓰지 않.. 2012. 10. 10.
X씨 | 조르주 루오(Georges Rouault, 1871-1958) X씨, Mr. X 조르주 루오 Georges Rouault, 1871-1958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cxoya Works of Art http://www.rouault.org Wikipedia http://bit.ly/QcxsOC 그는 지난밤 10시경에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 블록 떨어진 코너에서 야채가게를 8년째 한다는 야채가게 주인은 그를 계산이 정확한 신사라고 회상했다. 그는 매일 오후 3시 15분쯤 가게 앞을 지나갔고, 3시 45분쯤에 다시 가게 앞을 지나갔다. 아마 3시에서 4시 사이에 항상 산책을 한 모양이다. 그는 언제나 말쑥한 정장차림이었고, 혼자서 조용한 산책을 즐겼다. 3시 45분쯤에는 가게에 들러 오렌지 더미 위에 5달러짜리 지폐를 한 장 올려두고는 .. 2012. 10. 10.
피아노 레슨 |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 피아노 레슨, The Piano Lesson 앙리 마티스 Henri Matisse, 1869-1954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S0DEe 위키백과 http://bit.ly/RS0f8N wikipedia http://bit.ly/RS04dF 엄마를 위해 피아노를 연주한다. 하늘거리는 바람과 따뜻한 한 줄기 빛이 창가를 타고 내리는 시간, 엄마가 가르쳐 준 단 하나의 피아노곡을 연주한다. 이 곡은 눈을 감고도 연주할 수 있다. 손가락이 건반을 하나하나 짚어나가면 온몸으로 그 희미한 진동을 감지한다. 공기를 가르는 진동은 엄마에게 이르러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로 완성되고, 엄마의 얼굴에는 어느새 살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나는 엄마의 미소를 보기 위해 피아노를 연주한다. 피아노는 엄마의.. 2012. 10. 10.
침대 | 에두아르 뷔야르(Edouard Vuillard, 1868~1940) 침대, In Bed 에두아르 뷔야르 Edouard Vuillard, 1868~1940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cvy0r Works of Art http://bit.ly/QcvAoT Wikipedia http://bit.ly/Qcvrlp 서울에 직장을 잡으면서 반지하 원룸 생활이 시작되었다. 부모님은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한 딸을 위해, 기꺼이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적금을 깨고 거기에 약간의 빚을 얹어 자취방을 잡아주었다. 나는 처음 부모님과 떨어져 홀로 살게 될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감, 그리고 '원룸'이라는 단어에 어려 있는 묘한 세련됨에 설렜다. 정작 이사 당일 부모님이 어렵게 얻은 그 월세방은 서울 변두리의 다세대주택 반지하 방이었고, '원룸'이란 건 말 .. 2012. 10. 10.
소년과 큰새 |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소년과 큰새, Boy with Grande Bird 에밀 놀데 Emil Nolde, 1867-1956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cuDNk Works of Art http://bit.ly/QcuJ7N Wikipedia http://bit.ly/OSPx7w 나는 미운 아이다. 미운 아이는 엄마를 사랑한다. 엄마는 언제나 내가 형이니까 동생을 잘 돌보라고 말했다. 언젠가 동생이 춥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라고 재떨이에 종이를 태웠다. 종이는 생각만큼 얌전하게 불타지 않았다. 불똥을 실은 한 조각이 가볍게 날아올라 이불에 옮겨붙으면서 집을 홀랑 태워버릴 뻔했다. 엄마는 화가 치밀어 나를 흠씬 팼다. 동생은 옆에서 포근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엄마는 커다란 개 한 마리를 데리고 왔.. 2012.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