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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날개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이슬이 거미줄 그늘에서 잠자는 로잘리의 눈을 뜨게 한다 | 후안 미로(Joan Miro, 1893-1983) 새의 날개에서 떨어진 한 방울의 이슬이 거미줄 그늘에서 잠자는 로잘리의 눈을 뜨게 한다 A Dew Drop Falling from a Bird's Wing Wakes Rosalie, who Has Been Asleep in the Shadow of a Spider's Web 후안 미로, Joan Miro, 1893-1983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Rw2eUV Works of Art http://joanmiro.com Wikipedia http://bit.ly/Rw16AB "난 지난 2년간 감옥에 있었어." 그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래?" 이미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그냥 궁금할 것 같아서." 다른 이의 짐작대로 살아간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짐짓 아무것도 궁금하지 .. 2012. 10. 15.
정오의 명상 | 박항률(1950~) 정오의 명상 박항률 (1950-)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hmPJ Works of Art http://bit.ly/RthwXl 공식사이트 http://www.hangryul.com 넋이 나갔다. 내가 아닌 내가 나를 찾는다. 내가 아닌 나여서 나를 모름에도 내 곁에 없는 나를 원망하며 나를 갈망한다. 둘로 나뉠 수 없는 것의 분리는 존재 자체를 불안하게 한다. 남은 나는 혼자서는 불완전하다고 여긴다. 뭔가 더 필요해. 항상 혼자 중얼거린다. 뭔가 더 필요해. 내가 나가버린 건 내 탓이다. 텅 빈 내가 지금 둘이 아님에 불안해하고 있다면, 떠나간 나는 둘이 함께 있음에도 완전하지 않음에 불안해했다. 나는 내가 아니면 그 무엇과도 하나일 수 없다. 나를 떠나 찾을 수 있는 것도 .. 2012. 10. 15.
푸른창 | 박항률 (1950-) 푸른창 박항률 (1950-)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RthmPJ Works of Art http://bit.ly/RthwXl 공식사이트 http://www.hangryul.com "네. 언제 한번 갈게요." 할머니와의 전화 통화는 언제나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난 그 언제를 만들지 못하는 척하며 한 번도 만들지 않았고, 할머니는 크게 기대하지 않은 척했지만 언제나 동구 밖에서 기다리곤 했다. 할머니는 내겐 엄마이자 아버지이자 그리고 할머니였다. 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멀리멀리 갔다. 할머니는 아버지가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고 말했지만, 나는 믿지 않았다. 실제로 지금 이 순간까지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할머니의 삶은, '언젠가'라는 막연.. 2012. 10. 15.
헤나 리고티의 초상 | 펠리체 카소라티 (Felice Casorati, 1883-1963) 헤나 리고티의 초상, Portrait of Hena Rigotti 펠리체 카소라티 Felice Casorati, 1883-1963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Rw21kp Works of Art http://bit.ly/Rw23J2 Wikipedia http://bit.ly/Rw14Zl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는 바로 당신입니다.” 그녀는 항상 아름다움을 확인했다. 어제와 같은 대답을 오늘도 듣기를 원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스스로 흡족할 때 거울의 목소리를 빌어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세월은 정직하고 거울은 세월을 반영한다. 아름다움은 슬프게도 순간이고, 그녀도 원하는 대답을 더는 들을 수 없는 순간이 다가.. 2012. 10. 15.
팔레트 | 모리스 위트릴로 (Maurice Utrillo, 1883-1955) 팔레트, Patette 모리스 위트릴로 Maurice Utrillo, 1883-1955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Rw1zmq Works of Art http://www.utrillo.com Wikipedia http://bit.ly/Rw14bQ 그는 제멋대로인 화가다. 그리고 싶을 때 붓을 들고, 내키지 않으면 붓을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진다. 예술가라는 족속이 원래 그러하다. 가둘 수 없고 강요할 수 없고 재촉할 수 없다. 자유로운 영혼이 그들의 특권이다. 매니저라는 족속이 또 이러하다. 예술가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의뢰를 받고 기한을 맞추기 위해, 티 나지 않게 가둬 놓고 강요하고 재촉한다. 그러나 절대 드러나지 말아야 한다. 언제나 주체는.. 2012. 10. 15.
호텔방 |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호텔방, Hotel Room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1882-1967 관련 링크 위키백과 http://bit.ly/RXOzVS Works of Art http://1.usa.gov/RXOCB6 Wikipedia http://bit.ly/RXOn8U 호텔방에 성경책이라,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성경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이 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는다. 일요일마다 습관처럼 나가는 예배에서 성경 구절과 설교를 듣지만, 그게 전부다. 그때의 성경 구절을 다 모아놓는다고 해도 그건 일부지 전부가 아니다. 너무 익숙해서 모두 알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책이 성경이다. 정작 전체를 정독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원래 고전(古典)은 누구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 2012. 10. 15.
흐느끼는 여인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흐느끼는 여인, Weeping Woman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Qcep4O Works of Art http://bit.ly/QceGEQ Wikipedia http://bit.ly/QcegOB “아가, 아가, 아가.” 엄마 미안해요. 엄마 앞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 정말 미안해요. 엄마 탓이 아니에요. 한두 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다른 사람 탓을 하는 것이 더는 변명이 되지 않아요. 엄마도 알잖아요. 난 서른아홉 해 동안 너무 어렸어요. 내내 9살 꼬마였다가, 이 순간 서른 살을 한꺼번에 먹어버린 기분이에요. 그 순간이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이라 정말 미안해요. 조금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텐데. 왜 언제나 깨달음.. 2012. 10. 14.
비극 |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 비극, The Tragedy 파블로 피카소 Pablo Picasso, 1881-1973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Qcep4O Works of Art http://bit.ly/QceGEQ Wikipedia http://bit.ly/QcegOB 언제 뭘 먹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너무 오래전이기 때문인지, 한계에 다다른 허기 때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날이 매섭게 차가워졌다. 소금기 머금은 냉기가 텅 빈 배 속을 채운다. 그러나 허기는 가시지 않는다. 우린 죽기 위해 바닷가에 있다. 우리는 죽어본 적도 없으면서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는 추위를 잊기 위해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친다. 영문도 모르는 아이의 모습이 살고자 하는 발버둥 같아 마음이 아프다. 여름에 .. 2012. 10. 14.
가엾은 천사 | 파울 클레(Paul Klee, 1879-1940) 가엾은 천사, Poor Angel 파울 클레 Paul Klee, 1879-1940 관련 링크 네이버캐스트 http://bit.ly/SSb1R9 Works of Art http://bit.ly/X5aqvI Wikipedia http://bit.ly/SSaMoY 아이는 심장박동기의 가냘픈 떨림을 제외하고는 살아 있다는 표시를 거의 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영원히 자신의 존재를 거두어 가버릴 것이라는 걸 알고나 있는 걸까? 신은 아이가 우리의 가장 큰 기쁨일 때 그를 데려감으로써, 가장 큰 아픔으로 아이를 기억하게 하였다. 신은 내게 공평하지 않았다. 아이에게서 산소호흡기를 제거하기로 했다. 아이 엄마를 설득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는 아빠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 엄마 무릎에 앉아 있다가 사고를 당했다. 그.. 2012.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