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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 | 월터 랭글리(Walter Langley, 1852-1922) 고아, The Orphan 월터 랭글리 Walter Langley, 1852-1922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T0ag4M Works of Art http://bit.ly/T0aw3K Wikipedia http://bit.ly/T09TqF “천천히 먹어도 된단다. 부족하면 말하렴. 충분히 있으니까.” 얼마나 굶주린 것일까? 아이는 대답도 없이 먹는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가녀린 몸집에 홀쭉하게 들어간 볼살, 여러 날 제대로 먹지 못한 것 같았다. 제대로 입지도 못해서 살갗은 발갛게 일어나있었고,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갑작스러운 따뜻함에 깨져 버릴 것 같이 아이는 연약했다. 아이에겐 가혹한 겨울이었다. 아이는 시장거리에서 구걸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누.. 2012. 10. 9.
황금 실 | 존 스트루드위크(John Melhuish Strudwick, 1849-1935) 황금 실, A Golden Thread 존 스트루드위크 John Melhuish Strudwick, 1849-1935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T08DE1 Works of Art http://bit.ly/T08wsi Wikipedia http://bit.ly/T08iBp 땅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 인간들은 저 멀리 우주 창공에 인공위성이 띄워 올려놓고도,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 때문에 신비주의에 쉽게 빠져든다. "과장님! 전화받아보세요?" 엉겁결에 건네받은 전화수화기 너머로 그리 격하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가 들려온다. "여보세요! 말 해보이소?" "저, 보살님!" "곧 비행기 타겠네예?" 저편의 목소리는 너무 거부감 들지 않게 또박또박 미래의 단편들을 뱉어내고 있었다. "네.. 2012. 10. 9.
극장 박스에서 | 에바 곤잘레스(Eva Gonzales, 1849-1883) 극장 박스에서, Une loge aux Italiens 에바 곤잘레스 Eva Gonzales, 1849-1883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TjJ6eh Works of Art http://bit.ly/OVUk3p Wikipedia http://bit.ly/TjIMwb 아름다운 당신에게 이 꽃을 바치오. 이 꽃과 함께 내 마음을 받아주오. 당신과 결혼하고 싶소. 부모의 소개로 만났지만 우리는 잘 맞는 한 쌍이 될 것이오. 부모는 누구보다 우리를 잘 알고 있소. 두 집안이 무엇을 나눌 수 있는지, 우리 두 사람이 무엇을 참을 수 있는지, 그리고 사랑을 쫓는 결혼을 하지 않아도 어디서든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오. 당신도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을 것이오. 다른 사람 눈에도.. 2012. 10. 8.
두 번 다시는 | 폴 고갱 (Paul Gauguin, 1848-1903) 두 번 다시는, Nevermore Oh Tahiti 폴 고갱 Paul Gauguin, 1848-1903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UMETM6 MoMA http://bit.ly/UMF0Y7 Wikipedia http://bit.ly/UMF0aF 답답해서 한밤에 집을 뛰쳐나왔다. 술 취한 사람들과 사랑에 취한 젊은 연인들이 밤거리를 헤매고 있지만, 북적이지는 않는다. 평범한 사람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 자정 12시다. 오늘이 어제가 되고 내일이 오늘이 되는 시간이다. 하지만, 잠들기 전까지 내 머릿속 시계는 아직 내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긋지긋하고 기나긴 오늘이 계속되고 있다. 길을 걸었다. 목적지는 없다. 아니, 목적지는 있다. 집으로 돌아올 짧은 여정이다. 우선은 벗어나야.. 2012. 10. 8.
카운트를 세다 | 토머스 에이킨스(Tomas Eakins, 1844-1916) 카운트를 세다, Taking the Count 토머스 에이킨스 Tomas Eakins, 1844-1916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TjEbdp Works of Art http://www.thomaseakins.org Wikipedia http://bit.ly/TjDv7C 강한 펀치였다. 그의 주먹이 시야에서 서서히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멀어진 주먹이 다시 내 눈앞을 스치는 것은 순간이었다. 간신히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그의 얼굴이 아니라 링의 바닥이었다.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심판은 카운트를 세고 있었다. 내겐 시간이 없다. 선택해야 한다. "세븐." 벌써? 카운트를 듣지 못했다. 정신을 차렸을 채 카운트는 셋을 남겨두고 있었다. 승부를 시작할 때는 이기는 것이 목표다. .. 2012. 10. 8.
잠자는 집시 |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잠자는 집시, The Sleeping Gypsy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Oukac Works of Art http://www.henrirousseau.org Wikipedia http://bit.ly/SOubDB 사막에서 사자가 집시를 만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낮은 뜨겁게 파랗고, 밤은 차갑게 까맣다. 눈길이 닿는 곳은 거침없이 텅 비어있고, 발길 닿는 곳은 길 없이 끝없다. 사막은 침묵하는 공간에 멈춰진 시간이다. 그 한가운데 서있으면 모래든 산이든 달이든 물이든 심지어 사자조차 모두 사막이 된다. 그녀는 메마른 사막 한가운데 멈췄다.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 더는 갈 수 없어 다다른 그곳에 주저앉는다. 생.. 2012. 10. 8.
인형을 가진 어린이 |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인형을 가진 어린이 To Celebrate the Baby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Oukac Works of Art http://www.henrirousseau.org Wikipedia http://bit.ly/SOubDB 누군가 생일선물로 마리오네트 줄인형을 선물했다. 신기한 물건이었다. 내가 움직여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내가 걸음을 떼야 그도 한 걸음을 옮긴다. 손에 매달린 줄을 당겨주어야 그는 손을 들어 올린다. 내가 줄을 놓으면 그는 축 늘어져 꼼짝도 못하는 여느 인형과 다름없다. 내가 존재함으로써 그는 줄인형으로서의 기능을 다할 수 있으며, 그의 존재증명이 가능하다. 줄인형은 누군가를 조정할 때 느.. 2012. 10. 8.
의자공장 | 앙리 루소(Henri Rousseau, 1844-1910) 의자공장, The Chair Factory 앙리 루소 Henri Rousseau, 1844-1910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Oukac Works of Art http://www.henrirousseau.org Wikipedia http://bit.ly/SOubDB 이곳은 주문식 의자공장이다. 원하는 의자를 주문서에 적으면 원하는 바를 만들어준다. 불가능은 없다. 주의할 점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적어야 한다. 주문서에 기재하지 않은 사항은 전적으로 고객의 책임이므로 의자공장은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주문서 직업은 작가다. 의자가 불편해서 글을 쓸 수가 없다. 딱딱한 의자 때문에 자꾸 자리에서 일어난다. 생각의 흐름은 끊기고 다시 의자로 돌아가는 것이 고통스럽다. 고통스러.. 2012. 10. 5.
또 다른 세상 | M. C.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 또 다른 세상, The Another World M. C. 에셔 Maurits Cornelis Escher, 1898-1972 관련 링크 공식사이트 http://www.mcescher.com Gallery http://bit.ly/SOrDFo Wikipedia http://bit.ly/SOoBkJ 삶은 지루하다. 눈을 뜨면 언제나 24시간의 하루가 주어진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고, 보기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하기 싫은 말을 해야 한다. 지루한 삶을 연장하기 위해. 삶이란 게 묘해서 지루한 단조로움으로 미칠 지경이라도, 그 이유만으로 삶을 끝낼 수는 없다. 누군가 내 삶을 끝장내 주겠다고 호의를 베푼다면 난 기겁을 하고 도망칠 것이 분명하다. 삶과 죽음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우리는 주어진 .. 2012.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