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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관심 작성일 : 2016. 03. 07. 인간관계는 이해득실을 따지게 된다. 이해득실이 없는 관계라고 흔히 이야기하는 부모자식 관계도 이상향일 뿐, 엄밀히 말하면 이해득실이 존재한다. 사랑하는 연인조차도 이해득실을 따지게 된다. 다만, 가족이나 연인 관계라면 물질적인 이해득실은 아닐 수도 있겠다. 누군가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정말 그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있을까? 리스본행 야간열차 | 파스칼 메르시어 정말 그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있을까? 아니, 그런 사람은 없다. “이익”이라고 콕 집어 말하니 무지 이기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인간 그 자체”라 함은 그가 주는 이익도 포괄한다. 아이가 주는 기쁨, 부모의 사랑, 친구의 우정, 스승의 지혜, 연인의 행복 등.. 2021. 6. 18.
무한대 작성일 : 2016. 03. 06. 힐베르트는 무한대가 갖고 있는 기묘한 성질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제를 만들어냈다. '힐베르트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이 유명한 예제는 힐베르트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가상의 호텔에서 시작된다. 이 호텔에는 무한개의 객실이 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호텔로 찾아왔는데, 객실이 무한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마다 모두 투숙객들이 들어 있었으므로 빈 방을 내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호텔 종업원인 힐베르트는 잠시 생각하던 끝에 새로 온 손님에게 빈방을 마련할 수 있노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는 객실로 올라가 모든 투숙객들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죄송하지만 손님들께서는 옆방으로 한 칸씩만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해심 많은 투숙객들은 힐베르트의 성가신 부탁을 잘 들어주었.. 2021. 6. 18.
윤회 작성일 : 2016. 03. 05. 윤회. 살고, 살고, 또 살고…. 끊임없는 반복. 다음 생을 위한 이번 생의 덕업. 윤회의 바퀴가 더욱 합당한 것 같다. 시작도 끝도 없는 그 바퀴 안에서 각 개인의 삶은 전생(前生)의 결과이며, 후생(後生)을 낳지만, 그 어느 삶도 전체를 결정하지는 못하고... 죽지 않는 사람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고, 후생을 장담할 수 없다.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지금의 나와 존재를 장담할 수 없는 후생의 나는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우리는 전체의 부분을 사는 걸까? 인간이란 존재는 전체를 조망하기가 버거운 미물일까? 전체를 알고자 하는 열망. 미지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우리는 별을 보며 미래를 점치고 싶은 걸지도 모.. 2021. 6. 18.
더 나쁜 것 작성일 : 2016. 03. 04. 식탁에서 하지 말아야 할 화제 둘. 종교와 정치. 믿음과 신념은 설득당하기 힘든 덕목이다. 정치에 실망하게 되면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 우리를 실망하게 한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실망할 일도 없으니 다행이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전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쪽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빨간 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시끄럽다. 실망하는 것보다 기대하지 않는 쪽이 더 나쁘다. 비록 실망하더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2021. 6. 18.
블랙 그리고 에스프레소 작성일 : 2016. 03. 03. 음식에 대한 모험을 즐기진 않는다. 매운 음식, 뜨거운 음식은 잘 먹질 못한다. 미각도 그리 예민하지 않아, 아주 형편없지 않다면 맛의 차이도 잘 모른다. 설렁탕 맛집도 설렁탕일 뿐이고, 냉면 맛집도 냉면일 뿐이다. 난생처음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을 때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 잔망스러운 잔에 그렇게 까만 커피가 사약처럼 담겨 나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냥 “늘 먹던 거 말고 다른 거 한 번 먹어볼까?”라는 단순한 선택일 뿐이었는데. 만용의 대가로 후회를 치렀다. 아메리칸 스타일, 혹은 블랙이란 이름의 만용과 쓰디쓴 후회. - 고래 | 천명관 한동안 믹스 커피만 커피로 인정한 때도 있었다. 요즘은 연하게 블랙커피를 마신다. 연한 블랙이라. 적어놓고 보니 모순이다. 연.. 2021. 6. 18.
시대를 초월한 유대감 작성일 2016. 03. 02. 그러고 보니 “로미오와 줄리엣”을 글로 접한 적이 없다. 요즘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고 있다. 영화를 봤지만 몇몇 유명한 장면만 떠오를 뿐 대사가 기억에 남아 있진 않다. 님 향한 애인 걸음 책 덮은 학생 같고 님 떠난 애인 걸음 우울한 등굣길 같구나. Love goes toward love, as schoolboys from their books, But love from love, toward school with heavy looks.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 대사가 왜 이리 웃긴지? 원어가 정말 저런가 싶어 찾아보니 비슷한 뉘앙스다. 올해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란다. 400년 전에도 공부하긴 싫고 등굣길은 우울했구나. 로미오와 시대를 초월한 .. 2021. 6. 18.
위대했던 선량한 사람들 작성일 : 2016. 05. 01. 삼일절이다. 역사 속에서 선량함이 진주보다도 더 희귀하기 때문에 선량했던 인간이 위대했던 인간보다 더 훌륭하다. 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우리는 위대했던 선량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에 이름 석 자 남기지 못했지만,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을 위해 태극기를 높이 들고 만세를 부른 사람들. 항상 기억하면 좋겠지만, 사람이란 게 과거의 위대함보다 현재의 소소함에 얽매이기 마련이니, 삼일절 오늘 하루 만이라도 그들을 나의 현재로 불러본다. 2021. 6. 18.
이름 이름은 정체성이며, 상징이며, 존재 증명이다. 이름은 억압된 사회에서 가장 먼저 부인된다. 금지된 이름은 특히 어떤 기운이나 역사의 힘이나 해묵은 갈등이나 그 나라가 오래전에 이 나라에 내린 명령과 강제가 서려 있다고 생각되는 이름이고 이름의 본디 국적이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밀크맨 | 애나 번스 내 이름은 오브프레드가 아닌 다른 이름이다. 지금은 금지된 이름이라 아무도 불러주지 않지만. 나는 상관없다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 하지만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일 뿐 사실이 아니다. 이름은 중요한 문제다. 시녀 이야기 | 마거릿 애트우드 은 테러와 보복이 빈번하게 벌어지던 폐쇄적인 지역공동체가, 는 가임 여성은 출산의 도구로, 불임 여성은 이름뿐인 아내의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가부장적 억압사회가 배경이.. 2021. 6. 16.
교수대의 비망록 | 율리우스 푸치크 어느 날 보안서원들이 집으로 들이닥쳐 그를 체포했다. 전등 불빛으로 환한 대기실에서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하루에도 몇 번이고 확인하던 그때, 율리우스 푸치크의 글이 그를 위로했다. 푸치크는 감옥에서 처형을 기다리면서도 글을 썼다. […] 기행은 그 단호함을 흉내조차 낼 수 없었지만, 세상에 그런 이가 존재했다는 사실에 큰 용기와 위안을 얻었다. 일곱 해의 마지막 | 김연수 김연수는 에서 체코의 공산주의자 율리우스 푸치크 을 언급한다. 그래서 찾아본 책이 이다. 체코의 언론인이며 작가, 문예평론가 그리고 공산주의자인 율리우스 푸치크는 게슈타포에 체포된 후 처형되기 전까지, 한 간수의 도움으로 담배종이 등에 글을 남겼다. 푸치크는 형장에서 사라졌지만, 그의 글은 살아남았다. 1942년 4월 24일의.. 2021. 5.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