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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96

충고 작성일 : 2016. 01. 06. 자네 같은 사람을 잘 알아. 충고를 수집할 뿐, 절대로 따르지는 않을 거야. 하늘의 문 | 이윤기 충고를 수집하는 사람은 자신의 결정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사람이다. 문제의 상황과 상황에 대처하는 자신의 역량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신이다. 그러니 충고가 귀에 들어오겠는가?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책임을 나눌 이가 필요할 뿐이다. 충고하는 사람은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 연륜에 대한 존중, 상호 인간관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선택된 것이니까. 충고하는 이가 많이 하는 실수는 상대의 역량을 고려하지 않는 원론적인 충고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충고도 역량이 받쳐주지 않으면 따를 수 없다. 최선을 다해 진심을 담아 파이팅 넘치는 충고를 한다. “하.. 2020. 8. 17.
복권 작성일 : 2016. 01. 05. 복권은 그들의 즐거움인 동시에 그들을 어리석게 만드는 것이었고, 진통제이면서 지적인 자극제였다. 1984 | 조지 오웰 땅에서 행운을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이 필요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이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그만 가능성에 희망을 건다. 희망이 내일을 살게 한다. 헛된 희망이 일주일에 한 번씩 되풀이된다.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원망도 없다. 내 몫이 아니란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루어진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전해 들은 말일 뿐이다. 그래도 사람은 행복이 아닌 행운을 기다린다. 불행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벼락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는 그 불가능성에 도전하는 가능성의 .. 2020. 8. 17.
기억 작성일 : 2016. 01. 04. 기억이란 건 참 이상한 녀석이라서 가끔 제어되지 않을 때가 있다. 차를 후진하는데 뒤에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서행이었고 뒷사람도 여유 있게 피했다. 시비도 없었고, 사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아니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서로 상관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간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높은 곳에 서면 현기증을 느낀다.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을 뿐, 떨어진 것도 다친 것도 아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흔하디흔한 일이다. 높은 곳이란 장소도 특정 장소가 아니다. 그만큼 구체적인 실체가 없는 기억이다. 그래서 잊어버린다. 거짓말. 뭔가 모면하려고 진심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한다. 가장 큰 거짓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 2020. 8. 17.
고통 작성일 : 2016. 01. 03. 굳이 철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명제에 공감한다. 쇼펜하우어는 “행복도 고통이 덜한 상태일 뿐"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사회정의, 인간실존 등과 같은 거창하고 거시적인 이유를 찾고 싶어 한다. 고통 속에 신이 배려한 의미가 있다는 희망은 고통을 견디게 하고 삶을 살게 한다. 하지만 평범한 우리 고통 대부분은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이유가 대부분이다. 빌려 간 돈을 돌려주지 않는데 돌려달라는 말을 못할 때. 함께 하고 싶지 않은데 ‘싫어’라고 말하지 못할 때. 상대가 잘못해서 부딪쳤는데도 어느새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있을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져주며 갈등을 피할 때. 어떻게 해야 그가 겪는 고통의 엄청난 깊이와, 원인의 .. 2020. 8. 17.
소원 - 바라는 바 작성일 : 2016. 01. 02. 세상에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소원들로 넘쳐난다. 소원의 나무, 소원을 쌓은 돌탑, 사랑의 자물쇠, 소원을 이뤄준다는 부처상, 만지기만 해도 효험이 있는 돌덩이, 마시면 병이 낫는다는 샘물, 그리고 문화재에도 자연에도 심지어 화장실에도 넘쳐나는 소원을 담은 낙서들. 누구는 간절한 믿음으로, 누구는 재미있는 이벤트로, 누구는 장난으로 소원을 말한다. 원대하게는 세계 평화부터 소소하게는 가족의 평안, 영원한 사랑 등을 바라고 바라고 바란다. “빌면 뭐해. 이루어지지도 않는데……” “좀 쉽고 구체적인 소원을 빌어 봐.” 이럴 땐 소원성취의 주체는 자신이 된다. 굳이 신의 개입을 바라지 않아도 되는, 나의 결심과 실천이면 충분한 소원. 누구든 소원을 빌 때 조심해야 한다는 거야... 2020. 8. 16.
2016년 또다시 새해 작성일 : 2016. 01. 01. 어느 순간 새로움이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다. 시간은 지독히도 규칙적으로 흘러가고 삶은 여전히 새로운 척한다. 2016년 또다시 새해. 올해는 다를 거라는 기대와 올해를 다르게 보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그리 다르지 않은 새로운 태양을 맞는다. 기대는 욕심에 미치지 못하며 다짐은 성과에 다다르지 못한다. 시작도 하기 전에 2016년의 마지막을 우울하게 전망한다. 글을 쓰는 방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매일 매일 짧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1년이면 365개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이고, 결국에는 그중에서 아무리 적어도 세 개 혹은 네 개는 분명히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다. 365개의 형편없는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스티브 모스 규칙적인 시간에 새.. 2020.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