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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96

환상 속의 현실 작성일 : 2016. 01. 15.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1. 영웅적인 주인공이 엄청난 추격전을 벌인다. 악당이 차를 강탈해서 도주하면, 때마침 주인공 앞에 피자 배달 오토바이가 멈추고 피자를 채 내리기도 전에 오토바이를 가로채 범인을 추격한다. #2. 악당은 시장 좁은 골목길로 차를 몬다. 진열된 음식, 과일 등이 하늘로 치솟다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망연자실한 사람들이 채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주인공이 질주한다. 액션영화를 보다가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한다. 피자 배달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오토바이는 돌려받았을까? 배달되지 못한 피자 때문에 고객과 주인에게 닦달질을 당하지는 않았을까? 직장은 유지할 수 있었을까? 또 그 난장판이 된 시장의 그 후는? 팔지 못하게 된 물건에 대한.. 2020. 8. 19.
해 질 녘 노을 작성일 : 2016. 01. 14. 어제의 발뒤꿈치만 내려다보며 나아가고 내일의 보이지 않는 손에 등을 떠밀린다. 오늘이 저무는 산마루에서 붉은 노을이 속삭인다. 오늘 하루 밝았음을 잊지 말라고, 어둠이 올 테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내일은 다시 밝아질 거라고. 저녁놀을 뒤따르는 어둠은 쉼이며 순간이다. 고단하게 하루를 걸어온 이에게 해 질 녘 노을은 선물이다. 노을 :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 [네이버 국어사전] 놀라운 발견을 했다. (모두 알고 있었나요? 나만 몰랐던 건가? 이런!) 노을이 해 질 녘에만 국한된 단어가 아니라는 것. 노을은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을 의미할 뿐이다. 아침과 노을을 연결하여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놀라운 사실. .. 2020. 8. 19.
굿 다이노 작성일 : 2016. 01. 13. 공룡은 인간처럼 행동한다. 초식공룡 아파토사우루스는 농사를 짓고,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소 떼(가축)를 몰고, 뿔 공룡 스티라코사우루스는 평생 두려움을 짊어지고 살며, 날아다니는 익룡 벨로시랩터는 탐욕스럽고 비열하다. 인간은 개처럼 행동한다. 욕이 아니다. (개 입장에선 억울하겠다.) 스팟은 늑대처럼 울어대지만, 행동은 영락없는 철부지 강아지다. 거대 공룡 알로는 겁이 많고, 꼬맹이 인간 스팟은 간덩어리가 부었다.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성장영화에서 즐겨 사용하는 플롯을 따른다. 집으로 가는 길 - , , 아버지의 부재를 극복하고 아버지 되기 - , , 주제와 전개 모두 익숙하지만, 그림만 봐도 즐겁고 캐릭터만 봐도 미소가 지어진다. 알로와 스.. 2020. 8. 19.
독서 작성일 : 2016. 01. 12. 왜 책을 읽는가?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난다. 위로가 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난다. 이해가 된다.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생각의 폭을 넓힌다. 짧은 글을 쓸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학생은 그 책을 읽으면 자기가 하고 있는 연구에 도움이 될는지 질문하였다. 나는 대답했다. 나중에 중고 자동차 판매상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최소한 알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을 알게 될 것이다. 고전 읽기는 그런 데 도움이 된다. 미네르바의 성냥갑 | 움베르토 에코 왜 소설을 읽는가?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건 하지 않아서지 몰라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철학서는 좋아하고 싶은데 도저히 친해질 수가 없다. 소설은 허구라서 좋아한다. 있을 법한 거짓말. 멋진 말이.. 2020. 8. 19.
작성일 : 2016. 01. 11. 악몽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꿈을 끝까지 꾸는 것이다. - 미국드라마 중에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2015년을 강타했다. 요즘 젊은이에게 꿈을 이야기하면 현실을 모르는 고리타분한 어른이 된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위가 공무원이라고 한다. 누가 봐도 아이의 꿈이 아니라 부모의 바람이다. 공무원이란 직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좋아해서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돈벌이가 직업 선택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가르치고 있는 현실이 슬플 뿐이다. 실제로 직업을 선택할 시점을 만나면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벌이가 비난받을 일도 아니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에게 말도 안 되는 꿈을 꿀 수 있는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수도.. 2020. 8. 19.
아라 ♡ 환 작성일 : 2016. 01. 10. 사랑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사랑한다'고 말할 때가 아니니...... 사랑의 가장 멋진 순간 | 쉴리 프뤼돔 바위에, 담벼락에, 심지어 화장실에 사랑을 새긴다. 풀잎 끝에 위태롭게 맺힌 아침이슬처럼 한순간이기에 뜨겁게 사랑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일 헤어질 연인의 증명사진처럼 사랑 위에 사랑을 새긴다. ‘아라 ♡ 환‘은 ’석 ♡ 랑’으로 인해 사라지고, ‘성은 ♡ 광배’가 ‘아라 ♡ 환‘으로 사라지는, 전국 방방곡곡 넘쳐나는 사랑이 아직도 사랑일까? 사랑한다는 낙서의 깊이와 농도에서 배어 나오는 불신의 깊은 짙음과 장난스러운 사랑의 가벼움. 둘만의 비밀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세상 모든 사람이 알아야만 헤어지지 않을 듯이, 아니면, 성은과 광배가 사랑하니 아라와 환도 사.. 2020. 8. 17.
어른의 몫 작성일 : 2016. 01. 08. 요즘 아이들은 무섭다. 어른을 공경할 줄도 모르고, 폭력성은 현저히 높아졌고, 학교도 통제가 어렵다고들 한다. 소년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인지 알아본다. 사랑의 사막 | 프랑수아 모리아크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친구에게 물었다. “요즘 같은 힘든 상황에서 아이들이 무섭지 않아?” 친구는 프랑수아 모리아크와 같은 대답을 했다. “아이들을 본능적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앵커가 물었다. “가만히 있으라고 한 어른의 말을 들은 아이들이 희생되었다. 이제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손봉호 교수가 말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어른 스스.. 2020. 8. 17.
하루살이 작성일 : 2016. 01. 08. 하루뿐인 삶이 하루살이의 삶이다. 단 한 순간이라도 허비하지 않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삶이다. 아침에 태어나 저녁에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채우게 될까? 개미 | 베르나르 베르베르 인간은 하루살이의 하루를 인생의 덧없음과 허망함에 빗대어 이야기하곤 한다.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하루라는 시간은 인간의 시간이다. 하루살이는 인간의 하루를 알지 못하고, 그의 평생을 살아갈 뿐이다. 하루살이도 알, 애벌레, 어른벌레를 거친다. 초년기인 알일 때 하지 말라는 것에 답답해하고 하루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조급해할지도 모르고, 애벌레인 청년기엔 무언가 이루어야 할 시기에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현실에 망연자실해 있을지도 모르고, 어른벌레가 된 중·장년.. 2020. 8. 17.
기도 작성일 : 2016. 01. 07. 신(神)의 존재를 믿는다. “신은 없다”라고 단언하기엔 논증할 만한 앎도 부족하고 불경(不敬)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삶 곳곳에 숨겨진 슬픔과 고통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은 없는 신도 만들어 기대고 싶게 한다. 내게 신은 믿는 존재보다는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매일 힘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비겁함이라니! 지금 나의 모든 기도는 불평일 뿐이다. 좁은 문 | 앙드레 지드 기도의 효용을 믿는다. 기도는 계획이며 의지이며 결심이며 간절함이다. 주로 과정보다는 결과를 기원하고 “이루어주옵소서.”로 끝맺는다. 과정 없는 결과는 이루어지기 힘들고 이루어지지 않는 기도는 공허한 불평이 된다. 또 결과를 아는 기도를 할 때도 있다.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는 간절함. 기도밖.. 2020.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