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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1840-1926) 점심, The Luncheon 클로드 모네, Claude Monet, 1840-1926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Pvvp5A MoMA http://bit.ly/PvvuX2 Wikipedia http://bit.ly/PvvfuU 산 사람이 죽어나가도 산 사람은 먹어야 한다. 그녀는 오늘 아침 남편을 땅에 묻었다. 하루아침에 미망인이 되어버린 그녀는 집에 돌아와 망연자실 창가에 기대서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녀는 아이를 돌볼 여유가 없다. 아침에 남편을 땅에 묻고 점심에 아들을 먹인다는 것은 미망인에겐 무리다. 눈물을 훔치고 있는 것이 더 어울린다. 나는 그녀의 친구이며 죽은 자의 애인이다. 미망인은 울 수 있으나, 애인은 울 수 없다. 더구나 미망인 앞에서는. 그리고 그.. 2012. 10. 3.
운명의 천사 | 오딜론 르동(Odilon Redon, 1840-1916) 운명의 천사 The angel of the destiny 오딜론 르동 Odilon Redon, 1840-1916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E4JAL Works of Art http://bit.ly/SE4TrJ Wikipedia http://bit.ly/SE4KED ‘못마땅하다. 답답하네.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인간은 내게로 오기 위해 태어난다. 태어나면서부터 종착점은 정해졌다. 탄생과 더불어 죽음 또한 운명이다. 인간은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내내 주어진 삶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자 발버둥질한다. 내게로 뻗은 올곧은 길을 곧장 오지 못한다. 돌아오는 것은 시간 낭비다. 하긴, 인간에겐 헛수고도 운명이다. 그는 태어났다. 내게로 오는 길은 곧은길이라 제 .. 2012. 10. 3.
목맨 사람의 집 | 폴 세잔느(Paul Cezanne, 1839-1906) 목맨 사람의 집 The Suicide's House 폴 세잔느 Paul Cezanne, 1839-1906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SE1B7O MOMA http://bit.ly/SE1WaI Wikipedia http://bit.ly/SE1aub 사람 사는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면 상가(喪家)가 되지만, 사람 살지 않는 집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면 죽은 자의 집이 된다. 그 집은 목맨 사람의 집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 집은 목맨 사람의 집이었고, 산 사람은 아무도 그 근처를 얼씬거리지 않았다. 생명이 조금이라도 붙어 있다면 웬만하면 죽음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게 인간이다. 경작하는 작물마다 매번 농작물 파동을 겪은 농부들은 짐을 싸들고 도시로 떠나갔고, .. 2012. 10. 3.
스타 |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 스타, The Star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1834-1917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T0M6H3 Works of Art http://bit.ly/Vtr08L Wikipedia http://bit.ly/T0M2He 스타를 만드는 사람은 조련사가 아니라 조각가이다. 스타는 조련사가 던져주는 미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빚어진 다음에는 조각가의 손을 떠나서 독립적인 예술품이 되어 스스로 의미를 창조해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 또 하나 작품을 완성했다. 나는 발레를 한 적도 없으며 할 줄도 모른다. 다만, 발레를 사랑할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도 다 사랑 때문이다. 나는 더없이 행복하다. 그녀는 1년 전에 입단했다. 그녀.. 2012. 10. 3.
불쾌한 얼굴 |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 불쾌한 얼굴, Sulking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1834-1917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T0M6H3 Works of Art http://bit.ly/Vtr08L Wikipedia http://bit.ly/T0M2He 오, 사장님! 당신이 불쾌한 얼굴을 하고 있다니, 정작 불쾌한 건 접니다. 하지만, 전 그렇게 티를 내진 않아요. 전 예의 바른 사람이거든요. 상급자이고 연장자이라고 나이 어린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하진 않아요. 물론, 제겐 아랫사람이 없고 당신보다 많이 어리지도 않지만 말입니다. 당신은 잘못 판단하고 있어요. 당신이 강자라고 생각하죠. 내가 보기엔 스스로 강자임을 알고 그걸 약자에게 행사하려는 당신은 치졸한 사람일 뿐입니다. 진정한 강자는 조그만 .. 2012. 10. 3.
황금계단 | 번 존스(Sir. Edward Burne-Jones, 1833-1898) 황금계단 The Golden Stairs 번 존스 Sir. Edward Burne-Jones 1833-1898 관련 링크 Birmingham http://bit.ly/OVxoQz 네이버백과 http://bit.ly/OVxasr Wikipedia http://bit.ly/OVx5oH 힘없는 자는 의료계와 법조계와는 담을 쌓고 사는 게 상책이다. 죄짓지 말고 아프지 말고 살아야 맘 편하게 살 수 있다. 지금 교도소 면회실에서 영신이를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 힘없는 자라고 떠벌리고 다니기를 서슴지 않는 내가, 며칠 후면 가석방될 영신이를 만나러 말이다. 나 박신희와 박영신은 대학 시절 친구다. 우리는 가나다순이라는 단순한 원칙으로 매겨지는 학번에 의해서 가까워진 친구사이이다. 학번은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조교들.. 2012. 9. 24.
카페에서 |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 카페에서, At the Cafe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1832-1883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OVTTWG 네이버 지식백과 http://bit.ly/QtCOX8 Wikipedia http://bit.ly/QtCGH9 중년의 부부가 젊은 딸과 함께 카페로 들어와 내 등 뒤에 있는 바에 앉았다. 남자가 앉자마자 소리쳤다. "여기 맥주!" 젊은 여자가 재빨리 받았다. "전 커피 주세요." 바텐더가 맥주 두 잔과 커피 한 잔을 바에 놓았다. 탁, 탁, 탁. 남자는 다른 손님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큰 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요즘 세상이 왜 이 모양인지, 젊은 것들은 저 잘난 맛에 살고, 정치는 누가 해도 나아지는 것도 없고, 길은 가는 곳마다 막히고, 살아가.. 2012. 9. 24.
생 라자르 역 |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1832-1883) 생 라자르 역, The Railroad 에두아르 마네 Edouard Manet, 1832-1883 관련 링크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OVTTWG 네이버 지식백과 http://bit.ly/QtCOX8 Wikipedia http://bit.ly/QtCGH9 그날 밤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소리를 들었어요. 울음소리와 고함소리, 그리고 무언가 깨지는 소리. 익숙한 다툼이었지만 그날은 달랐어요. 더는 참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어요. 아빠가 말했죠. 이제 우린 끝이야. 아빠는 떠났어요. 엄마와 아빠는 이제 사랑하지 않는 거죠? 더는 함께 살지 않겠지요? 정말 끝이겠지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하나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서운 밤에 관한 옛날이야기를 해요. 일찍 자야 하는 이유지요. 어둠이 내리고 .. 2012. 9. 24.
해먹 | 귀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 해먹, The Hammock 귀스타브 쿠르베 Gustave Courbet, 1819-1877 관련 링크 네이버지식백과 http://bit.ly/QtCbg6 네이버 캐스트 http://bit.ly/QtC8kl Wikipedia http://bit.ly/QtC7gm 해먹이라는 게 있다. 야자수 두 그루에 양쪽 끝을 매단 흔들리는 그물침대 말이다. 해먹은 역시 야자수에 묶어야 제맛이다. 해먹에 누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잠든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은 너무나 낭만적이었고 평화로워 보였다. 삼십여 년을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이가 해먹에 누워볼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사실 해먹을 실제 본 적도 없다. 그러니 막연한 환상만 지니고 있는 사물 중의 하나다. 어느 날, 내 손에 해먹이 하나 쥐어졌다. 산악회 기념품이었.. 2012.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