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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96

인도, 전통의 끝없는 행렬 작성일 : 2016. 02. 26. 힌두교 신자들은 갠지스 강을 ‘강가 마(Ganga Ma·모든 이들의 어머니)’로 부르며, 성스러운 강, 더러움을 정화해주는 강으로 숭배한다. 매일 새벽 바라나시의 강변에서 몸을 씻는 순례자 수가 평균 6만 명에 이른다. 새벽 일출을 보려고 갠지스강으로 향하는데, 갠지스강에 몸을 씻으려는 끝없는 행렬과 만난다. 물론, 우리는 새벽 일출과 더불어 그들의 전통을 구경하기 위해 그 새벽을 달린다. 그 새벽에도 화장터에선 시체를 태우고, 영혼의 정화를 바라는 힌두교도는 그 물에 몸을 씻고, 그 곁에서는 빨래도 한다. 아직도 남녀노소가 믿음에 뿌리를 둔 이 전통을 수 세기 동안 반복하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는 두 가지 전통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수 세기 동안 우리가 같은 일.. 2020. 10. 24.
인도, 관광객의 유난 또는 강박 작성일 : 2016. 02. 25. 불특정 다수를 노린 테러와 위험을 경고하는 바이러스가 만연한 세상에 살고 있다. 인도여행은 주변의 걱정을 들으며 출발한 여행이었다. 실제 공항과 유적지 심지어 쇼핑센터에서도 행해지는 검문검색, 그리고 적응하기 힘든 거리 또는 화장실 환경 등은 이 공간의 잠재적 위험성을 경고하는 듯했다. 패키지여행을 다녀왔음에도 - 상대적으로 패키지여행은 숙소와 식당, 화장실 등이 선별되어 있다. - 적응이 힘든 환경이 닥치면 많이 힘들었다. 깨끗한 척하고 싶지 않고 현지식을 경험하고 싶지만, 현실은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다가 속탈을 경험했고, 식사 전에 물티슈를 꺼내게 된다. 사과 따먹기를 비위생적이어서 무슨 병이 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개 근본이 없으면서 좋은 집안인 체하.. 2020. 10. 24.
인도 아잔타석굴 작성일 : 2016. 02. 24. 아잔타석굴은 인도의 데칸 고원 서부에 있는 석굴사원으로 아우랑가바드에서 북동쪽으로 약 105km 떨어진 아잔타 마을 근처에 있는 와구르나 협곡의 절벽을 파서 만들었다. 아잔타 석굴은 기원전 1, 2세기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나 서기 2세기경 중단되었다가 5세기 말부터 다시 석굴 조영이 시작되어 대략 7세기까지 90년에 걸쳐 조성되었다. 미완성된 굴까지 포함하여 약 29개의 석굴이 있다. 아잔타석굴은 기존의 석산에서 계획한 대로 불필요한 부분을 쪼아낸 컷아웃 록 테크닉(cut-out rock thchnique)으로 당시의 연장으로는 정과 끌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석굴이 한눈에 들어오면 우선 규모에 놀란다. 개개의 석굴에는 정교한 조각과 아름다운 색채의 회화 작품을.. 2020. 10. 24.
인도, 혼돈 속의 질서 작성일 : 2016. 02. 23. 우리는 약속이라는 신호체계에 근거한 질서를 가지고 있다. 빨간 불일 땐 멈추고 파란 불일 때 진행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약속. 인도의 도로교통은 한마디로 혼돈이다. 3차선 도로에 6대의 차가 나란히 서 있다. 자동차 간의 간격이 조금만 생겨도 그사이를 오토바이가 들어선다. 그 틈이면 오토바이 운전자의 발이 끼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다. 차들은 모두 흠집을 원래 있는 무늬처럼 지니고 있다. 도로에서 후진하는 차도 보인다. 잠깐이겠지, 하는데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한참을 그렇게 간다. 두세 차선은 한꺼번에 가로질러 끼어드는 차도 있다. 그래서 그럴까? 도로에는 경적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한국의 경적 소리가 분노의 표시라면, 인도의 경적 소리는 대화와 같다. 사람들이 길.. 2020. 10. 24.
인도, 신과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공간 작성일 : 2016. 02. 22. 인도에는 곳곳에 신이 존재한다. 유적지에도 삶에도 거리에도 나무에도 동물에도 신이 깃들어 있다. 인도에는 곳곳에 동물이 존재한다. 소도 원숭이도 개도 고양이도 염소도 돼지도 다람쥐도 거리에 유적지에 차들과 사람과 함께 거닐며 서로 개의치 않는다. 인도에는 사람이 거한다. 신과 함께 거하며 믿음의 삶을 산다. 신과 동물과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 듯하다. 인도를 이해하기에는 너무 짧은 열흘 남짓한 여행 동안, 그들의 형상화된 신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거리를 배회하는 낯선 동물들을 피해 다닌다. "마치 시간 속에서 미끄러진 것 같구려." "미래로인지 과거로인지는 모르겠소만." "이렇게 말씀을 드리죠. 둘 다 아니라고요.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과거와 미래 속에서 보내죠. 사실, .. 2020. 10. 24.
샘을 찾아서 작성일 : 2016. 02. 06. 설 명절이 시작되었다. 명절이 끝나는 2월 10일부터 인도 여행계획이 잡혀 있다. 핑계 삼아 2월 21일까지 사각풍경에 휴지기를 가진다. 천리가 자갈밭이라도 나그네 목 축일 샘은 있는 법이다. 하늘의 문 | 이윤기 쉼이 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당신의 샘을 찾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0. 10. 24.
땡땡이 작성일 : 2016. 02. 25. a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이 최면을 당해서 어느새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고, aa는 참새가 한 쌍이요 aaaa는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서 포수를 기다리는 '참새시리즈'였다. b는 한 마리 타조였고, b를 돌려세운 d는 임신한 타조여서, 만삭의 아내와 나들이를 나선 타조 내외는 bd였다. g는 개미이니까 ggggg는 전쟁터로 줄지어 나아가는 병정개미 군단이고 h는 혼자서 심심해하는 동물원의 낙타요, 코끼리의 코가 늘어져 J이지만, J의 새끼 j는 바닷속 해마였다. 시문의 눈에는 k가 학으로 보였고, m은 개구쟁이 데니스네 집 털북숭이 개였으며, m의 강아지는 n이어야만 할 것 같았다. 멋진 수탁r은 기어가는 지렁이 s를 잡아먹고 엄마와 아기 캥거루 Ss가 나.. 2020. 10. 24.
입춘과 졸업 작성일 : 2020. 02. 04. 어제의 찬 겨울이 조금 풀리자 오늘이 입춘이란다. 입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마음은 이미 봄이다. 내일 다시 강추위로 봄이 저만치 가버릴지라도 이미 봄은 마음속 이만치 와있을 테니까. 2월의 입춘. 조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졸업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해방감에 젖어 있는 아이에게 무슨 감흥이 있으랴. 도착점과 출발점이 맞닿아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될 테니 잠시 내버려두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에 가는 건, 대학이 중요하다고들 생각하는 이 시대에 신분상승을 위해선 다들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엔 솜씨 좋은 정원사와 제빵사, 골동품상, 조각가, 작가들이 사라지고 있는 거라고. 포르토.. 2020. 10. 9.
창백한 하루 작성일 : 2016. 02. 03. 꽉 찬 하루. 분명 바쁘게 움직였다. 하루가 끝을 향해 달리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 아침 기도 시간에 맞추려고 달음질치는 부지런하면서도 불행한 사람들. 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 마음은 조급하고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나무 같은 얼굴에 박힌 나무같이 창백한 얼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창백한 하루가 저무는데, 여린 심장만 파닥거린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직 두부처럼 여린 영혼... 달에 울다 | 마루야마 겐지 그동안 정말 푹 쉬었나 보다. 이 정도의 바쁨에 허덕이다니. 2020. 1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