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각풍경(以前)96

무한대 작성일 : 2016. 03. 06. 힐베르트는 무한대가 갖고 있는 기묘한 성질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제를 만들어냈다. '힐베르트의 호텔’이라고 불리는 이 유명한 예제는 힐베르트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는 가상의 호텔에서 시작된다. 이 호텔에는 무한개의 객실이 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호텔로 찾아왔는데, 객실이 무한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마다 모두 투숙객들이 들어 있었으므로 빈 방을 내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호텔 종업원인 힐베르트는 잠시 생각하던 끝에 새로 온 손님에게 빈방을 마련할 수 있노라고 호언장담을 한다. 그는 객실로 올라가 모든 투숙객들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한다. "죄송하지만 손님들께서는 옆방으로 한 칸씩만 이동해주시기 바랍니다." 이해심 많은 투숙객들은 힐베르트의 성가신 부탁을 잘 들어주었.. 2021. 6. 18.
윤회 작성일 : 2016. 03. 05. 윤회. 살고, 살고, 또 살고…. 끊임없는 반복. 다음 생을 위한 이번 생의 덕업. 윤회의 바퀴가 더욱 합당한 것 같다. 시작도 끝도 없는 그 바퀴 안에서 각 개인의 삶은 전생(前生)의 결과이며, 후생(後生)을 낳지만, 그 어느 삶도 전체를 결정하지는 못하고... 죽지 않는 사람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고, 후생을 장담할 수 없다.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지금의 나와 존재를 장담할 수 없는 후생의 나는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우리는 전체의 부분을 사는 걸까? 인간이란 존재는 전체를 조망하기가 버거운 미물일까? 전체를 알고자 하는 열망. 미지에 대한 두려움. 그래서 우리는 별을 보며 미래를 점치고 싶은 걸지도 모.. 2021. 6. 18.
더 나쁜 것 작성일 : 2016. 03. 04. 식탁에서 하지 말아야 할 화제 둘. 종교와 정치. 믿음과 신념은 설득당하기 힘든 덕목이다. 정치에 실망하게 되면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 우리를 실망하게 한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다.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실망할 일도 없으니 다행이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전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쪽이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빨간 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시끄럽다. 실망하는 것보다 기대하지 않는 쪽이 더 나쁘다. 비록 실망하더라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2021. 6. 18.
블랙 그리고 에스프레소 작성일 : 2016. 03. 03. 음식에 대한 모험을 즐기진 않는다. 매운 음식, 뜨거운 음식은 잘 먹질 못한다. 미각도 그리 예민하지 않아, 아주 형편없지 않다면 맛의 차이도 잘 모른다. 설렁탕 맛집도 설렁탕일 뿐이고, 냉면 맛집도 냉면일 뿐이다. 난생처음 에스프레소를 주문했을 때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그 잔망스러운 잔에 그렇게 까만 커피가 사약처럼 담겨 나올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냥 “늘 먹던 거 말고 다른 거 한 번 먹어볼까?”라는 단순한 선택일 뿐이었는데. 만용의 대가로 후회를 치렀다. 아메리칸 스타일, 혹은 블랙이란 이름의 만용과 쓰디쓴 후회. - 고래 | 천명관 한동안 믹스 커피만 커피로 인정한 때도 있었다. 요즘은 연하게 블랙커피를 마신다. 연한 블랙이라. 적어놓고 보니 모순이다. 연.. 2021. 6. 18.
시대를 초월한 유대감 작성일 2016. 03. 02. 그러고 보니 “로미오와 줄리엣”을 글로 접한 적이 없다. 요즘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보고 있다. 영화를 봤지만 몇몇 유명한 장면만 떠오를 뿐 대사가 기억에 남아 있진 않다. 님 향한 애인 걸음 책 덮은 학생 같고 님 떠난 애인 걸음 우울한 등굣길 같구나. Love goes toward love, as schoolboys from their books, But love from love, toward school with heavy looks.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 대사가 왜 이리 웃긴지? 원어가 정말 저런가 싶어 찾아보니 비슷한 뉘앙스다. 올해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란다. 400년 전에도 공부하긴 싫고 등굣길은 우울했구나. 로미오와 시대를 초월한 .. 2021. 6. 18.
위대했던 선량한 사람들 작성일 : 2016. 05. 01. 삼일절이다. 역사 속에서 선량함이 진주보다도 더 희귀하기 때문에 선량했던 인간이 위대했던 인간보다 더 훌륭하다. 레 미제라블 | 빅토르 위고 우리는 위대했던 선량한 사람들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에 이름 석 자 남기지 못했지만,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을 위해 태극기를 높이 들고 만세를 부른 사람들. 항상 기억하면 좋겠지만, 사람이란 게 과거의 위대함보다 현재의 소소함에 얽매이기 마련이니, 삼일절 오늘 하루 만이라도 그들을 나의 현재로 불러본다. 2021. 6. 18.
막연한 위기감 작성일 : 2016. 02. 29. 늘 막연한 위기감을 느꼈다.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눈앞에 닥쳤음을 의식하고 있었다. 음모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도 꼭 음모에 가담한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강요하는 분위기였다. 카탈로니아 찬가 | 조지 오웰 우리는 “안전”이라는 “빅 브라더”를 키우며, 더 촘촘히 더 꼼꼼히 감시받는 시스템을 스스로 구축하고 있다. 두려운 것은 그 시스템이 우리의 안전이 아니라 시스템의 안위를 위해 더 촘촘히 더 꼼꼼히 감시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다. 전제되어야 할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2020. 10. 24.
인도, 아름다움에 대하여 작성일 : 2016. 02. 28. 자이푸르의 암베르 성은 사암과 대리석으로 건축되었으며, 힌두와 이슬람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품위 있는 예술작품 같은 건축물이다. 그 내부에 화려한 색채의 모자이크와 벽화들이 아름답게 내부를 장식하고 창문은 스테인드글라스로 한 거울 궁전이 있다. 거울 궁전은 채광이 좋아 촛불 하나로 온 방을 밝힐 수 있었다고 한다. 사진은 거울 궁전의 천정 모자이크이다. 암베르 성에는 다양하고 아름다운 문양이 가득하다. 건축도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모자이크와 벽화에서 볼 수 있는 문양과 색채는 독특하고 화려하며 조화로우며 아름답다. 그리고 현재까지 그 아름다움이 보존되어 있다는 것도 놀랍다. 아름다움이란 정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눈을 통해 세상에서 다시 발견하는 것이다. 내 이름.. 2020. 10. 24.
인도,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 작성일 : 2016. 02. 27. 인도 아그라에 야무나 강을 사이에 두고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이 마주 보고 있다. 사진은 아그라 성에서 바라본 타지마할이다. 타지마할은 무굴 제국의 황제 샤 자한이 자신의 총애하였던 부인 뭄타즈 마할로 알려진 아르주망 바누 베굼을 기리기 위해 건축한 영묘로, 페르시아, 터키, 인도 및 이슬람의 건축 양식이 잘 조합된 무굴 건축의 가장 훌륭한 예이다. 성벽과 성문이 붉은 사암으로 만들어져 ‘붉은 성’이라고도 불리는 아그라 성은 붉은 사암의 성채와 내부의 하얀 대리석 건물이 어우러져 웅장함과 정교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다. 아그라 성에는 ‘포로의 탑’이라는 뜻의 무삼만 버즈(Musamman Burj)는 8각형의 커다란 탑이 있다. 샤 자한은 말년에 아들 아우랑제브.. 2020. 10.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