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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풍경(以前)45

땡땡이 작성일 : 2016. 02. 25. a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이 최면을 당해서 어느새 새가 한 마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고, aa는 참새가 한 쌍이요 aaaa는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서 포수를 기다리는 '참새시리즈'였다. b는 한 마리 타조였고, b를 돌려세운 d는 임신한 타조여서, 만삭의 아내와 나들이를 나선 타조 내외는 bd였다. g는 개미이니까 ggggg는 전쟁터로 줄지어 나아가는 병정개미 군단이고 h는 혼자서 심심해하는 동물원의 낙타요, 코끼리의 코가 늘어져 J이지만, J의 새끼 j는 바닷속 해마였다. 시문의 눈에는 k가 학으로 보였고, m은 개구쟁이 데니스네 집 털북숭이 개였으며, m의 강아지는 n이어야만 할 것 같았다. 멋진 수탁r은 기어가는 지렁이 s를 잡아먹고 엄마와 아기 캥거루 Ss가 나.. 2020. 10. 24.
입춘과 졸업 작성일 : 2020. 02. 04. 어제의 찬 겨울이 조금 풀리자 오늘이 입춘이란다. 입춘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마음은 이미 봄이다. 내일 다시 강추위로 봄이 저만치 가버릴지라도 이미 봄은 마음속 이만치 와있을 테니까. 2월의 입춘. 조카의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졸업식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해방감에 젖어 있는 아이에게 무슨 감흥이 있으랴. 도착점과 출발점이 맞닿아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을 알기 싫어도 알게 될 테니 잠시 내버려두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에 가는 건, 대학이 중요하다고들 생각하는 이 시대에 신분상승을 위해선 다들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이 세상엔 솜씨 좋은 정원사와 제빵사, 골동품상, 조각가, 작가들이 사라지고 있는 거라고. 포르토.. 2020. 10. 9.
창백한 하루 작성일 : 2016. 02. 03. 꽉 찬 하루. 분명 바쁘게 움직였다. 하루가 끝을 향해 달리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 아침 기도 시간에 맞추려고 달음질치는 부지런하면서도 불행한 사람들. 내 이름은 빨강 | 오르한 파묵 마음은 조급하고 순서는 뒤죽박죽이다. 나무 같은 얼굴에 박힌 나무같이 창백한 얼굴.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윌리엄 포크너 창백한 하루가 저무는데, 여린 심장만 파닥거린다. 이유는 모르겠다. 아직 두부처럼 여린 영혼... 달에 울다 | 마루야마 겐지 그동안 정말 푹 쉬었나 보다. 이 정도의 바쁨에 허덕이다니. 2020. 10. 9.
착한 딸 코스프레 작성일 : 2016. 02. 02. 어머니 생신이다. Most near, most dear, most loved and most far 가장 가까운, 가장 사랑스러운, 가장 사랑받는, 하지만 가장 먼, 어머니에게 바치는 소네트 | George Barker(영국 시인) 나의 시작이었고, 떠난 적 없고, 아직 떠나지 못한. 그래서 가장 가까운… 어쩔 수 없이 아버지보다는 어머니와의 애착 관계가 강하다. 아버지는 엄한 기둥이었고, 어머니는 자상한 지붕이었다. 그래서 가장 사랑스러운, 그리고 가장 사랑받는… 점점 어머니의 말을 슬쩍 흘려 듣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대화를 원하시는데 대화가 안 된다고 여긴다. 어머니의 말을 흘려 듣는 그 순간에도 내 잘못을 안다. 그렇다고 귀를 기울이는 행동으로 연결되진 않는.. 2020. 10. 9.
내 그릇을 닦듯이...... 작성일 : 2016. 02. 01. 어느 화장실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도난 위험이 있으니 가방을 걸지 마세요.” 그 건물에서 일하는 지인 왈. 화장실에서 볼일 보는 사람의 가방을 밖에서 낚아채 가버린 사건이 있어서 관리실에서 붙인 거라고 한다. 참으로 난감하지 않은가? 나라면? 층층이 다니면서 면피성 안내문을 붙이느니 가방 걸이를 지금보다 조금 아래 달겠다. 밖에서 손을 넘겨 뻗어도 닿지 않고, 사용자도 가방을 걸 수 있는 위치에 말이다. 내 그릇을 닦듯이 다른 사람의 그릇을 닦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조병준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기. 참 어려운 일이다. 나 편한 대로 행하기. 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생각하기 어려우니 행하기 어렵고, 행하기 쉬우니 생각하.. 2020. 10. 9.
토닥토닥 작성일 : 2016. 01. 31. 한 달이다. 작심삼일이 열 번이다. 일 년이 열두 달인 걸 생각하면 겨우 걸음마를 뗀 거지만 1월은 무사히 계획대로 멈추지 않고 실행된 것을 스스로 대견해 한다. 글쎄, 사람들은 언덕에서 멈추는 걸 좋아하지 않지. 우리는 사람들이 멈추는 걸 좋아하지 않고. 로드(The Road) | 코맥 매카시 토닥토닥. 그래서 약간의 보상을 주려고 한다. 오늘은 여기서 끝! 이만 총총.^^ 2020. 9. 20.
평범과 광기 작성일 : 2016. 01. 30. 혼란의 시대에 모든 비이성적인 행동을 광기로 해석하고자 한다. 가장 편리한 해석이다. 미친놈 하나만 욕하면 되니까. "저도 제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대위님의 광기에 전염되었던 것 같습니다." "광기는 없었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한 결정이었다고."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하지만 의 판토하 대위는 말한다. “광기는 없었어.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한 결정이었다고.” 난 특별봉사대를 상부의 지시에 따라 조직한 거야. 사업에는 관심 없어. 게다가 나는 윗사람이 필요해. 그들이 없으면 난 뭘 해야 할지 몰라. 그렇게 되면 난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아.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혼란의 시대에는 시키는 일을 잘.. 2020. 9. 20.
경청 작성일 : 2016. 01. 29. 서양 많은 나라에서 여성이 결혼하면 남편의 성(姓)을 따른다. 한국은 여성이 결혼해도 자신의 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근거로 한국 남자들이 이렇게 여성을 존중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의 여성이 결혼을 유지해도 성을 유지한다. “김가”가 “이가”와 결혼한다고 “이가”가 되진 않는다. 이는 남편의 부계(夫系)가 아닌, 아버지의 부계(父系)를 따르는 관습일 뿐이다. 그러므로 여성을 존중한다는 논리의 근거로는 적절하지 않다. 이렇게 말하면 상대는 다른 논리로 반박하든지 논리의 빈약함을 인정하든지 해야 한다. 그런데 돌아온 이야기는, “그게 뭐가 중요해!”였다. 이 한마디로 어설픈 페미니스트가 되어버린 듯한 이 뻘쭘한 기분. 이건 뭐지? 단지 논거의 빈약함을 지적.. 2020. 9. 20.
지혜로운 어른 작성일 : 2016. 01. 28. “그러니까 우리가 저 아일 데리고 있을 이유는 없다는 거지.” “맞아요. 저 애가 우리한테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우리가 저 애한테 도움이 될 수는 있지.” 빨간 머리 앤 | 루시 모드 몽고메리 “빨간 머리 앤”의 매슈 아저씨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의 인물이다. 내색하진 않지만, 꼭 필요할 때 꼭 필요한 말을 해준다. "너, 내가 너를 그런 식으로 버릴 거라고 생각하니?" "그렇지 않나요? 공평한 게 제일이니까요. 내가 아무 쓸모도 없다면 사부님은 다른 계획을 짜기 시작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난 이미 계획을 짜두었다. 수백 가지, 수천 가지를 짜두었지. 내 계획은 소매 속에도 들어 있고 양말 속에도 들어 있다. 내 온몸이 계획들로 들끓고 있어. 그리고 나는 그.. 2020. 9. 20.